독일 경영계의'잭 웰치'로 불리는 클라우스 클라인펠트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4월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자 사태 해결을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여 년을 지멘스에 몸담은 클라인펠트는 2년 전 CEO직에 오르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지멘스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익성 개선에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뇌물 스캔들로 기업의 이미지가 심하게 손상되자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를 수용해 CEO직을 내놓았다. 최근 삼성그룹의 비자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조셉 마일링거(55)지멘스코리아 사장을 만나 기업이 갖춰야 할 윤리규정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근거로 한 기업의 성장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34년 간'지멘스 맨'으로 독일 본사와 베네수엘라 등에서 근무한 마일링거 사장은 사견을 전제로 최근 삼성 사태와 관련해 "사실 아직까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며 "기업에 있다 보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과 언론을 통해 외부로 비춰지는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어 진실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멘스도 최근 몇몇 국가에서 뇌물 스캔들로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전사 차원에서 부패 척결을 목표로 한'제로 톨로런스(Zero Tolerance)'정책을 전 세계적으로 펼치는 등 엄격한 윤리규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금까지 올바르게 성장해왔고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민 중에 있을 것"이라며 "삼성이 추구하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방안은 지멘스나 GE 등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방향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온 지 1년 반이 된 마일링거 사장은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위한 조건으로 윤리경영에 바탕을 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일상 경영활동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현재의 요구사항 등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장기적으로 미래 사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멘스 제품은 너무 비싸고 다루기 복잡하며, 경영진의 결정권은 너무 보수적이고 느리다는 비판을 받지만 오히려 이것이 지멘스의 강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현재의 비즈니스를 미래 지향적인 관점으로 보려고 진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멘스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장기적인 라이프사이클 측면에서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로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제품력과 서비스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이것이 지멘스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올해 7월 사업규모 면에서 가장 매출 비중이 큰 지멘스 VDO(자동차전장부품 제조사)를 타사에 매각했다. 현재 매출 규모는 크지만 성장이 수년간 정체돼 비즈니스가 가장 피크에 오른 현시점이 매각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일링거 사장은 "지멘스의 창립자인 베르너 폰 지멘스는'지멘스는 전기전자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고 강조 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멘스가'우리는 순간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팔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아직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새 사업을 시작할 때는 향후 5년, 10년, 30년 후 해당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새로운 트랜드가 어떨지 등을 심사숙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지멘스 본사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핵심 사업군을 에너지와 자동화시스템 등 산업부문, 헬스케어 등 3개 분야로 조정했다.
마일링거 사장은"이들 3개의 사업분야는 서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국내에서도 모든 분야에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특히 발전(Power generation) 분야가 성장가능성이 높아 향후 제 3국의 수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에너지사업에 대한 강화는 물론 철강과 조선, 화학 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업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라며 "영상진단장비 등의 헬스케어 분야는 기존 방침대로 적극적인 사업확대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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