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교육위원회가 14일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 배분 비율은 "지역간 균형을 고려하겠다"는 로스쿨 선정 기본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서울권역(서울ㆍ인천ㆍ경기ㆍ강원) 대학들이 대거 탈락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현재 로스쿨 유치에 뛰어든 대학은 서울 권역 24곳, 서울외 권역(대전ㆍ광주ㆍ대구ㆍ부산권) 14곳 등 총 41곳. '52대 48'이라는 배분 비율을 적용하면 서울 권역과 비(非)서울 권역의 배정 정원은 각각 1,040명, 960명이다. 이에 따라 로스쿨 배정 대학 수는 서울 권역 10~13곳, 지방 10~12곳 등 총 20~25곳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신청 입학정원이다. 서울 2,360명, 지방 1,600명으로 교육부가 정한 총정원(2,000명)의 두 배나 돼 서울 권역 대학들의 무더기 탈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교육환경과 경쟁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울 일부 대학들에게 개별 입학정원 상한선인 150명이 배정된다면 절반 이상이 유치에 실패할 수도 있다. 반면 4개 권역에서 17개 대학이 로스쿨을 신청한 지방 권역은 5곳 안팎만 탈락할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법학교육위원회가 사법시험 합격자 수, 교육여건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지역균형에만 집착했다는 것이다.
호문혁 서울대 법대 학장은 "사법시험 합격자 비율만 봐도 수도권과 지역이 9대 1로 큰 차이가 나는데 법학교육위원회가 지역 균형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상영 동국대 법대 학장도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경쟁력에 대한 고려 없이 인위적으로 정원 비율을 맞추는 게 과연 로스쿨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정 기준의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문현 이화여대 법대 학장은 "지역 균형 원칙도 '제대로 된 법조 실무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가'라는 교육 역량을 판단한 다음 적용해야 의미가 있다"며 "로스쿨 선정이 이렇게 '나눠먹기' 식으로 진행되면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대학들이 다수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들의 위헌 소송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불만 수위가 덜한 편이지만 지방 대학들도 지방 배정 비율 60%라는 당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최현섭(강원대 총장) 국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수도권, 비수도권 비율이 6대 4는 돼야 국가 균형발전 정신에 부합할 수 있다"며 "실사 과정에서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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