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 하장호 박사팀은 방사선의 일종인 베타(β)선을 이용해서 섬유 원단을 잘라내지 않고도 그 두께를 정밀 측정할 수 있는 ‘베타선 두께 측정장치’(사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고부가가치 원단의 경우 기준보다 두께가 얇게 짜이면 불량 판정을 낸다. 일반적으로 공장에서는 원단을 일정하게 잘라 무게를 재는 식으로 평균 두께를 추정하고 불량으로 측정하지만 원단을 새로 생산한다.
때문에 불량이 나오지 않도록 원사를 10% 정도 넉넉하게 넣어 짜는 일도 흔하다. 베타선 두께 측정장치는 원단을 생산하면서 바로 두께를 재서 알려주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면서 불량을 막을 수 있다. 오차는 ±1% 이내 즉 1㎜ 두께의 원단이라면 0.01㎜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한 측정장비다.
그런데 방사선으로 어떻게 두께를 재는 일이 가능할까? 방사선에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 있는데, 베타선이란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전자들이다. 하 박사팀이 개발한 장비에는 기체인 크립톤(Kr)-85가 베타선을 방출하는 물질로 쓰인다.
전자들이 옷감을 향해 방출되면 일부 전자는 원단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과 부딪혀 여러 방향으로 튀고(이를 산란이라 한다), 일부는 원자들 사이의 빈 공간을 유유히 빠져 나와 옷감 반대편으로 통과한다.
그러면 옷감 반대편에는 전자들의 수를 셀 수 있는 센서가 있어서 처음 방출된 전자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헤아린다. 통상 전자가 특정한 원자를 통과할 때 몇 %가 산란 되는지는 통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산란된 전자의 수를 세면 원자 몇 층을 지나쳐 왔는지를 역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차가 있을 수 있는데 원단마다 원소들의 구성과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 박사는 “옷감은 주로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돼 있고 나일론 같은 경우 질소가 섞여있는 등 대강의 조성이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원사의 짜임 자체에 따라서도 두께가 달리질 수 있는데 이는 미리 샘플 측정을 통해 보정해 준다.
하 박사팀이 이 기계를 개발하게 된 것은 경기 안산시에 있는 성일산업이 1억원이나 하는 독일제 두께측정 장비를 사 놓고도 고장으로 쓰지 못해 도움을 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 박사팀이 장비를 고친 후 일성산업은 원료를 정확한 양만큼 넣을 수 있어 “원가를 월 7,000만원씩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께 측정장비의 국내 시장 규모는 100억원으로 추산된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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