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그는 부드러운 남자다. 몇 달 전 장애를 지닌 입양아의 교육을 위해 정든 가족을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는 부정(父情)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것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외환은행을 무난히 이끌어온 공로 덕이란 평가다.
그런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선 그간 아껴둔 말들을 쏟아냈다. 핵심은 외환은행이 내년에 HSBC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거듭 HSBC의 외환은행 인수설에 힘을 실으며 그 근거와 장점을 다각도로 설명했다.
그는 "2년 넘는 기간 동안 영업신장 노력을 통해 당기 순이익 4조원, 총자산 94조원의 성장을 일궜지만 최근의 금융 격변기에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해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전략적 투자자의 부재를 '외환은행의 단 하나 남은 불확실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어 "HSBC는 외환은행의 상장 유지, 브랜드 및 해외영업망 유지, 고용 보장을 약속하는 등 최고의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며 "기회가 한번 주어졌으나 실패한 국민은행이나 하나금융그룹 등과 비교해보면 HSBS가 낫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HSBC 인수 후의 구체적인 경영 방향도 몇 가지 제시했다. 그는 "중국 영업망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인데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HSBC가 새 주주가 되면 중국 진출을 적극 공세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고, 자본시장통합법에 맞춰 HSBC가 증권업에 진출하면 증권 관련 사업도 유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론스타와 HSBC의 배타적 협상시한은 내년 4월까지인데 금융감독 당국은 여전히 론스타 관련 법원 판결 전까지는 매각 승인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커 행장은 "론스타와 HSBC의 주식 양수도 계약은 내년 4월말까지 매각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파기할 권리를 갖도록 한 것뿐이지 자동으로 계약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사 기간을 넘기더라도 협상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HSBC가 내년 1월 말까지는 금융감독위원회에 매각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감독 당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매각과 관련한 결정이 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자신감과 믿음을 바탕으로 내년을 외환은행의 재도약 원년으로 선포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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