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는 먼저 휴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인간을 향한 애정이 없다면 제 아무리 화려해 보이는 사진이라도 진정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서방기자로서는 최초로 북한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작가 에드워드 김(한국명 김희중ㆍ67ㆍ사진ㆍ상명대 석좌교수)씨가 자신의 사진 인생을 회고하는 포토에세이 <집으로 가는 길> (한길아트)을 펴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선친이 애지중지하던 독일제 박스형 카메라를 꺼내 그에게‘카메라 숙제’를 내준 이래 50년 이상 분신과도 같은 카메라를 매고 경험했던 희로애락, 동고동락했던 사람들과의 추억들을 156장의 사진을 통해 회고하고 있다. 집으로>
고교 2년 때 첫 개인사진전을 연 그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다니다 1960년 미국으로 유학해 텍사스주립대와 미주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67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사에 입사해 동양인 최초로 이 회사 편집팀장을 지낸 후 85년 귀국해 <타임> <한국화보> 등에서 일했다. 한국화보> 타임>
유능한 사진 편집자, 사진작가로 살아온 그가 엄선한 대표 작품들과 함께 사진에 얽힌 후일담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근무하던 70년대 초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했던 방북취재를 하기 위해 무작정‘김일성 장군’을 수신인으로 모스크바의 북한대사관에 편지를 보냈던 기억, 남태평양과 관련된 2년 반에 걸친 초대형 기획물의 표지사진을 찍으라는 명령을 받고 황급하게 타히티로 날아가 사흘 만에 ‘작품’을 만들어보내 노심초사하던 편집자들을 만족시켰던 일 등 치열했던 인생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방북취재로 퓰리처상에 버금간다는 미국의 해외기자단 최우수취재상을 받은 뒤 잠시 한국에 들어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을 때 솔직하게 유신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했던 일, 80년 6월초 만난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에게서 “차기 대통령이 되기로 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일, 93년 1월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와 만났을 때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의 불안감을 느꼈던 일 등도 흥미롭다.
10월부터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내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면 이는 삶에 대해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동안 작업해온 나의 사진에 담긴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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