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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태권도 '편파판정·져주기' 등 폐단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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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태권도 '편파판정·져주기' 등 폐단 심각

입력
2007.12.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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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메달을 따야 대학에 갈 수 있다. 입시 때문에 승부조작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태권도 고등부에서 벌어진 비리를 제보한 한 학부모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대학 입학이 걸렸기에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고백했다.

#2 “피땀 흘려 실력을 키우면 뭐하나? 돈을 줘야 대학에 갈 수 있는데….” 한 고등부 품새 선수의 넋두리다. 협회 고위 인사의 제자들이 실력과 관계없이 우승을 휩쓰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품새 대회에는 편파판정과 함께 져주기까지 성행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일보가 태권도계를 발칵 뒤집은 승부조작 사건을 보도하자(10월 24일자 29면) 각종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등부 대회의 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겨루기는 물론이고 품새 대회까지 널리 퍼진 승부조작이 태권도를 멍들게 한다는 하소연이다.

한 태권도인은 14일 “비리의 몸통 A씨가 물러났지만 그의 심복들은 건재하다”고 한탄했다. A씨의 사표가 수리됐지만 대한태권도협회 곳곳에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포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협회 내에서 최근 A씨를 복귀시키자는 연판장이 돌기도 했다. 태권도수호결의협의회 오춘성 회장은 “0.1%의 소수 때문에 99.9%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태권도계에는 ‘좌○○, 우△△’이란 말이 있다. 협회 간부인 C씨와 D씨가 A씨의 왼팔과 오른팔이라는 뜻. 이들은 각각 겨루기와 품새 대회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 C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부조작에 관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은 승부조작에 대한 단서를 잡고 C씨를 수사하고 있다.

D씨는 품새 선수들에게서 지탄을 받고 있다. D씨의 제자들이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기 때문. 남창체육관 강신철 관장은 “특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선수와 지도자,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협회 고위 인사가 운영하는 체육관 선수들이 심판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겨루기든 품새든 심판의 도움이 없다면 승부조작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심판을 관리ㆍ감독하는 심판위원장조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정과 비리는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셈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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