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 윤영철 연세대 교수 토론회 평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 윤영철 연세대 교수 토론회 평가

입력
2007.12.14 12:06
0 0

어젯밤 두 번째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을 통해 여섯 사람의 후보는 또 다시 유권자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투표일까지는 일 주일밖에 안 남았으며, 여론조사결과 발표 허용 기한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 열린 TV토론이었다. 따라서 후보들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후 비장한 각오로 TV카메라 앞에 앉았을 것이다.

유권자들도 각각의 후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TV모니터를 주시했다.

선거 막바지에 개최되는 TV토론에서 후보들 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뭔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TV를 켠 유권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1차 토론에서 특정 후보의 비리 의혹에 대한 비방과 비난이 난무했으므로 공격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토론에서는 주제를 벗어나 상대 후보에 대해 인신공격하는 모습은 별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 엄격하게 관리했기 때문이겠지만 일부 후보들이 토론 전략을 수정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어조로 상대 후보를 몰아붙이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상대의 약점을 들추어 내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발언을 할 때도 후보들은 흥분을 자제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처럼 네거티브성 비난과 공격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차 토론에서와 마찬가지로 후보들은 자신이 준비한 발언만을 반복해 늘어놓고 있었다.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던 교육 문제에 관한 토론에서 내용의 반복이 가장 심했다. 발제와 반론 그리고 반론에 대한 응답의 순서로 진행됐지만 토론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누가 반론을 제기한 후보인지, 누가 발제한 후부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섯 후보의 교육 정책 관련 발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보다는 자신의 공약을 반복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어떤 후보는 아예 내놓고 “특별히 반론할 내용이 없다”고 공표하고 남는 시간을 자신을 정책 홍보로 채웠다.

일부 후보들이 예산확보 문제 등 구체적 수준에서 질문을 던졌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른 후보의 발언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경청했다고 하더라도 긴 답변을 늘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섯 후보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에 심층토론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힘들었다.

자신에게 언제 발언기회가 온다는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후보들은 자신의 다음 순서 발언 내용에만 신경을 쓰는 듯이 보였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과정에서 후보들 간의 차별성이 뚜렷하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평준화와 대학입시 폐지 등을 놓고 후보들 간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교육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이므로 교육 정책에 관한 입장 차이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였다고 하겠다.

후보들이 품위와 품격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차분하게 진행된 토론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이번 토론은 어느 정도 유용했지만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 밋밋한 토론이었다. 상대 후보 정책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상대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는 날카로움이나 이런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벗어나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공을 펼치는 순발력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유머나 재치를 발휘하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후보들도 없었다. 꽉 짜인 격식에 맞추어 엄숙하게 치러지는 대선 과정의 통과의례였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국적 정치 현실에 맞는 새로운 토론 방식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