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답신을 재촉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엊그제 친서 내용에 대해 "31일까지 북한이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 신고를 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만든 핵 탄두의 수량과 무기급 플루토늄 총량, 우라늄 농축계획 등을 포함해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약속하는 답신을 빨리 보내라는 압박이다. 부시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내용의 답신을 때늦지 않게 보냈으면 한다.
대북 무시와 압박 정책으로 일관해온 부시 대통령이 전례 없이 친서까지 보내며 매달리는 데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이라크 전쟁 실패에 이어 북핵 문제까지 실패한다면 그에게는 재앙적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이런 처지를 느긋하게 즐기며 안이하게 대응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지금만큼 절호의 기회가 또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해온 남한의 정치상황이 유동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믿는다고 거듭 신뢰를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핵 프로그램 신고를 완전하게 이행함으로써 이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핵 신고 미비로 6자회담 틀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대선을 통해 남한에 보수 정권이 들어설 경우 북한은 더 심각한 고립과 압박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도 대선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김 위원장 설득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한국정부가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보내는 과정에서 노력했던 것처럼 김 위원장이 답신을 보내는 과정에도 역할을 해주기를 원한다고 한다.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쌓은 신뢰 등을 활용한다면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최종 평가가 여기에 달려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