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유권자의 3분의 1도 참여하지 않아 부결됐다. 명색이 주민소환제인데 주민 참여가 부족해 찬반 개표도 못하고 없었던 일로 돼버린 것이다.
7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임은 인정하지만, 이해집단의 이기적 주장에 휘둘릴 수 있고 반대파의 정치적 공격에 악용될 소지가 많기에 우리는 조속한 제도 보완을 수 차례 요구해 왔다.
하남시의 경우 '광역화장장 유치'라는 정책을 내걸고 당선된 시장이 이를 반대하는 일부 유권자들에 의해 주민소환 발의에서 투표까지 38일간 업무가 정지됐으며, 10억원에 가까운 투표비용이 덧없이 날아갔다.
더구나 1년만 지나면 유사한 사유를 들어 또다시 발의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되풀이할 수 있어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이라도 소수의 반대에 의해 수시로 저지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꼴이다.
이처럼 부작용의 소지가 큰 주민소환제의 가장 큰 법적 결함은 청구사유를 규정하지 않고 절차사항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민소환은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뭉갤 수 있는 윤리적 결함이나 도덕적 비리, 확인된 무능력 등에 대해 '리콜'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약이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 합심해 발목을 잡는 것은 주민소환제의 목적과 본질에 어긋난다. 핵심적 사안에 대한 규정도 없이 주민소환제를 덜컥 시행했으니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지 않을 수 없다. 하남시 외에도 전국 10여 곳에서 시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주민소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현행법은 지난해 의원발의로 제정될 당시 국회 공청회나 국회 소위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는 하남시 주민소환투표의 과정과 결과를 검토해 합리적 개정안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9월에 새로 열린 국회공청회에서 주민소환 사유를 규정할 것, 투표에 앞서 갈등조정 과정을 거치도록 할 것 등 새 규정을 넣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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