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정기국회 회기 종료 이튿날인 10일부터 30일 회기로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BBK 사건 수사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한나라당이 의사일정 협의를 거부하면서 개의조차 못한 것.
신당은 이날 오전 김효석 원내대표를 비롯, 소속 의원 전체 명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BBK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주력했다.
또 의원총회를 열어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보고를 강행키로 결의를 다졌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다는 점을 감안, 적극적인 여론전을 펴는 동시에 국회 차원에서 BBK 사건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아예 의사일정 협의 자체를 외면했다. 신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찰에 대한 정치적 테러이자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반(反)민주적 폭거"로 규정하면서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의사일정에 합의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결국 양당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 때문에 이날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교섭단체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회를 거부한 것. 의장실 관계자는 "양당간 논의 과정을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탄핵소추안이 신당의 바람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당이 협조를 기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법사위 청문회를 통해 검찰의 위법 사실을 확인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민노당 핵심관계자는 "신당의 소추안은 총선용 정치공세 아니냐"며 "우리가 정치적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 24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문제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데 있다.
전자투표라면 신당 의원들이 의석에 앉은 채로 찬반 버튼만 눌러 수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일일이 넣어야 하는 무기명 비밀투표는 한나라당이 실력 저지할 경우 강행이 사실상 어렵다. 이 과정에서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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