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에 돌출한 총기탈취 사건과 기름유출 재앙이 겨우 고비를 넘긴 듯 하다. 해병대 총기 탈취는 험악한 정국과 맞물려 민심을 불안하게 했으나, 다행히 총기를 모두 되찾고 범인도 붙잡았다.
서해안을 죽음의 바다로 만든 기름유출 사고도 엄청난 피해를 남겼으나 최악의 재앙만은 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다시 대선 싸움에 몰두할 게 아니라, 진정 절실한 각성이 무엇인지 이 두 사건을 통해 돌아봐야 할 것이다.
군과 민간이 뒤섞인 접적 지역에는 총기탈취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군과 총기를 불가침으로 여기는 덕분에 실제 사건이 적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역설적으로 그런 현실에서 비롯됐다. 자동소총과 유탄 등으로 중무장한 병사 2명이 별도 경계 없이 민간인 지역을 일상적으로 오간 것이 근본 원인이다.
그런데도 범행 자체가 놀랍고 병사들이 용감히 맞섰다고 강조하는 것은 초병 운용에 관한 야전 교범, 민간으로 치면 매뉴얼을 소홀히 여긴 과오를 숨기는 짓이다. 언뜻 사소한 관행적 잘못과 느슨한 대응이 테러 불안까지 부른 교훈을 올바로 깨우쳐야 한다.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도 일상적 안전수칙을 무시한 데서 비롯된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애초 짐작한대로, 거대한 해상 크레인을 예인하면서 초보적 항해수칙을 지키지 않아 재앙을 초래했다.
예인선은 레이더 자동경보장치가 진작에 항로 상의 대형선박과 충돌코스에 있다고 경고하는데도, 상대가 알아서 피하겠거니 하고 그대로 항해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 예인선에 있더라도, 국가 전체 시스템의 허술함을 가릴 수 없다. 항해 능력과 자격 수준이 낮은 예인선이 안전조치 없이 출항, 재앙으로 치닫는 것을 해상교통 관제당국과 해경 등 어떤 국가기관도 막으려 애쓴 흔적이 별로 없다.
그에 따른 엄청난 재앙은 평소 정부와 민간이 함께 바다와 갯벌 보호 등을 부르짖은 것조차 부질없는 짓으로 느끼게 할 정도다. 선거를 포함해 거창한 구호와 운동보다 일상의 실천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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