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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자연과 타협하기'

입력
2007.12.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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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앨보 등 지음ㆍ허남혁 등 옮김 / 필맥 발행ㆍ528쪽ㆍ2만2,000원"탄소배출권은 현대판 면죄부 기후변화 해결책 될 수 없어"자본주의 체제에 무비판적인… 주류 환경주의자도 비판

환경에 관해서라면 한국은 격렬한 모순의 땅이다. 21세기 한국인들에게 환경이란 매력 있는 투자대상이며, 동시에 절망의 다른 이름이다.

주식투자 호황을 등에 업고 ‘에코워터’, ‘지속 가능한 물펀드’, ‘지구 온난화펀드’ 등 새 금융 상품으로 투자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며 기염을 토한 것이 지난 3월. 그러나 바로 엊그제, 천혜의 청정 백사장을 순식간에 시커먼 원유 범벅으로 돌변 시키고 말았다.

1989년 알래스카 일대를 초토화시켰던 엑손 발데스호 사건, 95년 전남 여천군 앞바다에서의 시프린스호 사건, 마침내는 태안 앞바다 사태까지. 천문학적 금액이 걸린 송사는 화룡점정인 셈이다.

일련의 사건은 어떤 징후가 아닐까? 지금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 즉 ‘환경 위기’를 먹고 사는 자본주의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이제 한국의 환경 기업들은 ‘복구 상품’으로 답할 차례가 됐나?

환경을 축으로, 자본 대 반자본 세력은 근본적인 일대 격전을 준비중이다. 환경 위기로 야기된 각종 위기양상을 좌파의 어법으로 냉정히 분석한 43년 전통의 영국 잡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가 종합 계고장을 들고 왔다. 신자유주의의 반생태적적ㆍ반자연적 작태가 파헤쳐지고 근본적 대책이 모색된다.

유럽과 미국의 관련 교수 20명이 기고한 글들을 모아 만든 최근호는 현재의 환경 문제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탈자본주의적 대안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낸다.

세계화된 자본주의적 프로그램때문에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대책을 미룰 수 없다는 경고다. 이제는 자본과 환경의 일대 격전장으로서 지구를 인식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에 따라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는 상황 아래서, 생태지역주의나 생태포퓰리즘 등 자본주의 체제내적 대안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은행 등 국제 융자 기관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의 표어를 내걸고 지속적인 자원 채취와 부의 확산 효과를 내걸지만, 자본의 위선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자본의 반환경적 생리를 혐오한다. 이른바 ‘녹색 자본주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지속적 자연착취를 위한 생태상품이나 생태금융 등의 형태로 바뀌어, 자본의 자연 침투를 강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체제에 무비판적이어도 생태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현재의 주류 환경주의자들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린다. 가난한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는 미국의 오염기업은 결국 환경오염과 자본축적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심각한 수준의 기후 변화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10~1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다. 그 기간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80% 줄이지 않으면 앞날은 어둡다. 공장식 농축산업-돌연변이 바이러스-먹이사슬내 독성 물질 축적이라는 생태 변환 수순에, 도시에로 세계 인구 집중에 따른 도시빈민 양산의 과정이 중첩되는 현실 때문이다.

책은 현재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좌파의 투쟁은 과학적이고 근본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다. 더 많이 일하고, 더 팔고, 더 소비하라고 유도하는 21세기 자본주의때문에 자본과 환경은 일대 격전을 피할 수 없음을 논증한다. ‘우향우’의 세상에서, 왜 변혁이 불가피한가를 보여준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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