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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루메에 울고 웃는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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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루메에 울고 웃는 증권가

입력
2007.12.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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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증시에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후폭풍과 중국 증시의 조정으로 게걸음 장세를 보이면서 부쩍 출현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바로 ‘루머’라는 유령이다.

증시에서 루머는 때론 투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좋은 루머가 돌면 주식을 매입하고, 악성 루머가 터지면 주식을 팔아 해치운다. 실제로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해 조회공시 답변을 유형별로 집계한 결과, 증권가에서 나도는 소문 10개 중 7개는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말이 증시의 대표적인 격언으로 꼽힐 정도다.

그런데 과연 루머를 기준으로 매매하는 게 바람직한 투자 방법일까. 최근 우리 증시를 떠돌았던 루머를 살펴보자.

우선 가장 파괴력이 컸던 루머 중 하나는 지난 11월 23일 증시를 강타한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 매니저의 ‘선행 매매 괴담’이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메신저를 통해 “자산운용본부장이 투자예정 기업 주식을 개인적으로 미리 사들여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회사 내부 감사에서 들통나 곧 검찰 고발 당할 예정이고 펀드 매니저들도 교체될 것”이라는 내용의 괴소문이 떠돌면서 미래에셋이 투자한 종목들은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비록 미래에셋이 “사실 무근이고 유포자를 밝혀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하락폭은 줄었지만 루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다음날부터 미래에셋 보유 종목들은 모두 반등랠리에 접어들었다. 루머에 놀라 내다 판 개인들은 피눈물을 흘린 셈이다.

지난 11월 중순께는 국내 대기업 L사가 대신증권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대신증권의 경우에는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도 6% 남짓이다 보니 항상 인수ㆍ합병(M&A)설에 시달렸던 게 사실. 더군다나 이미 모건스탠리가 지분 5%이상을 사들인 상황이어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덕에 11월8일 2만4,400원에 머무르던 주가는 11월 29일 장중 3만2,6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잔뜩 올랐던 주가는 12일 2만9,000원까지 하락했다. 만약 개인 투자자가 11월 중순(20일 종가 3만1,000원)께 소문을 듣고 주식을 샀다만 현재는 본전 내지는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 대신증권 조경순 이사는 “대신증권에 대한 M&A는 지분 구조를 잘 안다면 터무니 없는데도 소문이 난무하는 것은 누군가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시세차익을 보려는 의도인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M&A설에 현혹되지 말고 기업가치와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12일에도 C&그룹이 부도설로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C&측에서 진화에 나서면서 한 때 하한가로 추락했던 C&우방은 6.73%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만약 소문을 듣고 하한가에 판 개인이라면 이날 하루에만 15% 남짓의 손해를 봤을 테고, 루머를 악용해 하한가에서 매물을 거둬 들인 작전 세력이라면 20%가 넘는 이익을 건졌을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최근 루머가 판을 치는 건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시세를 조정하려는 일부 세력들의 농간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루머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해당 회사나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행동을 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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