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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대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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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대선판'

입력
2007.12.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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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의 ‘배반의 정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선거철의 원칙 없는 이합집산과 철새 정치인 등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국민 누구나 다 아는 중량급들이 눈 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식과 염치, 그리고 그 동안 떠들어온 정치 노선을 한꺼번에 저버린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현 정부에 각료로 참여하고 선거에 까지 출마한 사람이 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이미 한번의 당적 바꾸기로 여론의 표적이 됐던 여당 고위직 출신 인사가 또 다른 야당 후보 캠프에 가세한 데 대해 “사회적 용인 수준을 벗어난 낯 뜨거운 행태”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11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선대위에 참여했다. 김 전 지사는 한나라당 공천으로 민선 경남도지사를 세 번이나 한 인물.

그러나 2002년 한나라당이 또 다시 대선에서 패배하자 2003년 탈당, 우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들어온 뒤 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냈다. 그는 여권 내 대표적 친노 인사로 불리며 대선후보로까지 꼽혀왔고, 햇볕정책의 대표적 지지자였다.

이런 사람이 자신이 차버린 당의 대선후보를 지냈고, 대북 정책에 있어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은 오직 자신의 정치적 장래와 이익만 생각한 몰가치적 처사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그는 이날 “참여정부에서 덕 본 것이 없다”고도 했다.

6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는 참여정부 최장수 장관이라는 기록을 남겼고,지난해 5ㆍ31 지방선거에선 우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정권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장관 출신이 옷을 벗었다고 야당 후보 편에 선 것, 선거에 출마해 집권당에 표를 달라고 했던 사람이 1년 반만에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것 모두 건전한 상식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선판이 갈수록 배신과 변절의 학습장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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