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3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 작심한 듯 맹포화를 퍼부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이회창 때리기'가 이어졌다.
김학원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이회창 후보가 살신성인의 결단을 해야 될 때가 됐다"며 사퇴를 촉구하더니, 나경원 대변인이 나서 "이회창 후보가 말한 '경천동지'는 헛꿈에 불과했다.
출마시 약속처럼 사퇴하라"고 가세했다. 이어 부대변인들이 돌아가며 포문을 열었다. "2번이나 펑크 때운 불량 스페어 타이어"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종교 교주" "이회창의 정체성은 회색 대권욕" 등 거친 표현을 총 동원하다시피 했다.
요즘 한나라당의 주 타깃은 지지율 2위 정동영 후보가 아니라 3위 이회창 후보다. 이명박 후보마저 유세 현장에서 "남들은 코피가 터지도록 경선해서 기진맥진해 있는데 갑자기 나온 것은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를 공격한다. 당내에선"이회창 후보 대선잔금 문제를 부각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유가 있다. 며칠 뒤 대선을 겨냥한 게 아니라 넉 달 뒤 총선을 겨냥한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대선 성적표는 대선 후 등장할 신당의 주춧돌이 된다.
이회창의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 영남과 충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 들 것이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과 결합하면 폭발력은 더 커진다. 그래서 미리 싹을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도 이를 악문 것 같다. 이미 '보수 대 보수'의 전쟁을 선언 했다. 이회창 후보는 유세 때마다 "이번 대선은 진짜 보수 대 가짜 보수 의 싸움", "위장전입, 위장취업, 부동산투기, 탈세를 밥 먹듯 하던 사람이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느냐"며 이명박 후보를 직공한다.
총선을 겨냥했다는 냄새도 풍긴다. 충청, 영남의 바닥 민심을 작심하고 훑는 이회창 후보의 최근 유세 행보도 심상치 않다.
이혜연 대변인은 "이회창 후보는 국가와 민족을 지킨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석춘 정무특보도 "한나라당의 연이은 사퇴 요구는 대선 이후 선명한 보수 우파 정당이 만들어지면 자신들의 지분을 빼앗기게 될 것이란 두려움에 따른 것"이라고 힐난했다. 대선이 끝나도 양측의 포연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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