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은 있는데 머리가 없다."
'죽음의 바다'를 살리려는 필사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지휘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업 인력이 주먹구구식으로 배치되는가 하면 방제장비도 제때 공급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지고 있다.
11일 19개 방제작업현장에 동원된 인력은 자원봉사자 4,462명을 포함해 1만4,987명. 그러나 배치된 인력을 보면 문제가 많다. 예컨대 만리포해수욕장에는 이날 3,000여명의 복구인력이 몰렸다. 또 소원면 의항2리 3㎞의 해안에도 500여명의 복구인력이 동원됐다. 하지만'테배' '두멍채' '신노루'등 관광객이 덜 찾는 외진 곳에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지수기(47ㆍ아산시 온양동)씨는 "피해어민의 애타는 마음을 덜어주기 위해 단체로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현장배치가 늦었다"며 "자원봉사자가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아쉽다"고 말했다.
섬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주민은 "섬 주변 해안이 10㎞에 이르고 피해도 만리포 이상 큰데 지원인력은 고작 20명"이라며 "작업복은커녕 흡착포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소원면 파도리는 인력이 넘치는데 장비가 없어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방제장비와 물자도 크게 부족하다. 해경 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기름 수거에 가장 중요한 흡착재는 하루 25톤이 필요하다. 현재 해경이 확보하고 있는 재고는 5톤에 불과하다. 재고물량이 딸리자 이날 방제작업에 투입해야 할 흡착제를 20여톤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일부 방제인력이 손을 놓기도 했다.
방제대책본부는 12일 사용할 부족분 15만톤을 밤샘 수송계획을 세우는 등 하루하루 근근이 넘어가는 실정이다. 방제대책본부는 전국의 흡착재 생산공장과 원료 공급공장에 비상체제를 갖추고 물량을 최대한 공급해 줄 것을 긴급 요청하는 한편, 각 정유회사를 비롯한 민간업체들의 비상용 흡착재까지 모두 끌어 모으고 있다.
방제용 장화와 장갑, 방제복 등도 모자란다. 현재까지 태안군청에 접수된 방제 장화와 방제복은 각각 9,700켤레와 3,800벌이다. 하지만 상당수 공장들이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 10여년간 가동을 중단하다시피 한 상태여서 방제 장비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기에는 앞으로 2, 3일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장비보급에 대해 해양경찰청이나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태안군 등은 하나같이"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만 있다.
한편, 전국각지에서 구호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는 10억원어치 방제 물품을 구입해 원조하고, 10여일간 방재인력 1만500여명을 파견키로 했다. 강원도는 시ㆍ군 공무원 1,500여명을 보냈다. 대전시는 공무원 700여명과 시민단체 회원 등 1,500여명을 투입키로 했다. 수송 차량 10대로 매일 헌옷과 보호장갑 등 물품을 긴급 수송키로 했다.
경북도는 의용소방대와 새마을단체 등 민간단체 회원을 중심으로 500여명의 인력을 지원하고 유류흡착포 1,000상자를 현지에 보내기로 했다. 경남도는 직원 100명으로 방제작업반과 함께 흡착재 1만2,800개(64 상자, 3톤 트럭 1대분)도 함께 보냈다. 부산시는 소방본부를 포함해 모두 160명으로 긴급피해복구반을 짜 1차로 80명을 보내 복구작업을 도왔다.
11일 자원봉사자 접수를 맡고있는 태안군에 따르면 전국의 각 기업과 자원봉사단체, 자치단체에서 지원을 위한 문의전화가 잇따라 12일에는 봉사자가 2만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봉사활동과 위문품, 성금 접수 안내는 태안군재난상황실 (041)670-2645~9, 인터넷홈페이지(www.taean-gun.chungnam.kr)와 충남도자원봉사센터(042)825-1646으로 하면 된다.
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