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오케스트라인 뉴욕필 하모닉이 내년 2월 처음으로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갖는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뉴욕필은 내년 2월 대만과 중국 순회공연에 이어 26일 평양 동평양 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며 평양에서 2박3일 일정을 마친 뒤 서울로 이동, 공연을 갖기로 했다.
이번 평양 공연 성사는 북한의 초청을 뉴욕필이 수락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친서 전달 등 북미 관계 개선의 흐름을 타고 있다.
평양 공연의 역사적ㆍ상징적 의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양측 모두 이번 공연을 화해 분위기 조성 및 북핵 문제 해결, 나아가 북미 관계정상화 진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10일 평양 공연 계획을 발표하는 뉴욕필의 회견 장소에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박길연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가 참석하는 이벤트를 연출한 데서도 이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오케스트라 외교'의 전례로는 '핑퐁 외교'의 결과로 닉슨 미 대통령의 역사적 방중이 이뤄진 이후 1973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중국에서 초연한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북한은 8월 미국내 대리인을 통해 문화성 명의의 초청의사를 팩스로 뉴욕필측에 전달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를 받은 듯 공연 성사에 매우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북한은 10월 메타 회장 등 뉴욕필 관계자와 미 국무부 유리 김 북한팀장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극진히 대접하면서 이들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뉴욕필이 미국 국가를 연주할 수 있도록 했고 외국언론 취재허용, 북한 공영 라디오의 공연중계, 일반인에 대한 공연 개방, 한국계 뉴욕필 단원의 동행도 보장했다.
대신 북한은 북한 국가의 연주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고 미측은 한국 애국가대신 아리랑을 연주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으나 어떤 결론이 내려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미 국무부는 평양 공연에 대해 '북한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선전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일부 뉴욕필 단원들이 여기에 동조하자 힐 차관보를 뉴욕으로 보내 단원을 설득하는 등 남다른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평양 공연의 정치ㆍ외교적 효과에 대해선 북미가 서로 엇갈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미측은 문화교류에서의 신뢰관계가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반면 북측은 평양 공연의 이완된 분위기를 이용, 핵 목록의 '느슨한' 신고를 적당히 넘기려 할 수도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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