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모집에서 면접과 구술은 논술과 함께 주요 대학별 고사임에 틀림없지만 수험생들이 소홀히 하기 쉽다.
특히 올해 대입 전형에서는 대학들이 ‘수능 등급제’ 시행으로 논술을 변별력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 바람에 면접과 구술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면접ㆍ구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논술고사보다 많고, 반영 비율도 적게는 5% 미만부터 많게는 80%나 차지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면접ㆍ구술고사는 면접관과 수험생이 얼굴을 맞대고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수험생의 지적 능력과 학업 수행능력을 확인하고 판단하는 시험이다. 유의할 것은 면접ㆍ구술은 ‘말’ 잘하는 학생을 뽑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험생이 갖고 있는 배경지식을 토대로 그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정리하고 체계화하는지를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험생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말로 검증하는 시험이다.
인문계열
최근 출제경향은 인간의 지적 활동과 관련된 질문이 주를 이룬다. ▦인문학 개념 ▦인간의 삶과 인문학의 관계 ▦동ㆍ서양 사상 비교 ▦역사의 이해 등에 관한 내용을 교과서나 관련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제시문으로 출제한다. 언어 관련 학과는 ▦언어의 특성 ▦인간과 언어의 관계 ▦언어관에 대한 문제가 자주 나오고, 최근 2~3년간 인터넷 보편화에 따른 ‘언어의 변화’를 묻는 문제도 늘고 있다.
사회 관련 학과는 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수험생의 견해를 요구한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펴낸 진학지도자료집에는 분야별로 그 해 주요 이슈와 관련 쟁점이 정리돼 있어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의 면접 대비에 효과적이다. 경제ㆍ경영학과는 ▦정규직ㆍ비정규직 문제 ▦대기업 노조 파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사 문제를 교과 내용과 관련지어 출제할 가능성이 크다. 논술처럼 특별한 제한이 없는 면접ㆍ구술고사에서는 영어 제시문도 자주 활용되므로 빠르고 정확하게 제시문을 독해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자연계열
예년과 달리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늘면서 면접ㆍ구술고사의 반영 비중이 축소됐다. 실시 대학도 지방 국립대의 사범계열이나 의대로 한정된다. 그러나 서울대의 경우 면접ㆍ구술고사(20%)는 학생부(50%)와 논술(30%)과 더불어 필수 전형요소이며, 고난도의 문제 풀이 능력을 요구하고 있어 문제 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수학은 자연계열 면접ㆍ구술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개념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을 측정하기 위해 증명 과정을 묻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함수 수열 미분 등 실생활에 응용되는 분야에서 많은 문제가 출제되므로 결과보다는 풀이 과정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 과학은 논술과 마찬가지로 교과목 전반에 걸친 통합사고력을 측정하는 경향이 강해 색인을 이용해 각 교과별로 연관된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사범계열
교육대나 사범계열에서 면접ㆍ구술의 실제 영향력은 반영 비율을 능가한다. 전공 지식보다 교사로서의 자질과 인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의미와 가치, 교육 목표 등 교육 일반에 대한 내용은 물론 개인적인 교육관과 시사 내용도 출제 범위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특히 ▦교원평가제 ▦사립학교법 개정 ▦고교 평준화 등 교육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이슈들은 수험생 스스로 나름의 해법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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