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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주씨 '추억의 작고문인 102인'展…그 40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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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주씨 '추억의 작고문인 102인'展…그 40년의 기록

입력
2007.12.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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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봉구 선생은 멋쟁이였습니다. 별명이 ‘명동백작’ 아닙니까. 그런데 말년엔 곤궁하고 처량했죠. 전시될 사진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눈 오는 겨울에 수유리 술집에서 찍은 겁니다. 탁자에 안주도 없죠. 필름 현상 때 이 사진이 떠오르는데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40년간 문인들의 사진을 찍어온 김일주(65ㆍ사진)씨가 작고문인의 생전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17~23일 예술의전당 아르코예술정보관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추억의 작고문인 102인’전은 1982년 이래 김씨의 네번째 문인사진 전시회로, 작고문인만 대상으로 하는 건 처음이다. 이번 행사엔 김씨가 촬영한 사진 92점과 유족 소장 사진 등을 재촬영한 10점이 전시된다.

대부분 첫 공개작인 김씨의 촬영분엔 1900년생 주요한씨와 이듬해 태어난 박종화씨부터 최근 작고한 피천득, 김영태, 하근찬씨까지 주요 작가들이 망라돼 있다. 이중 피천득, 어효선씨 사진은 생전 마지막 바깥나들이 때 찍은 것이다. 좀체 볼 수 없는 <혼불> 의 최명희씨 사진도 눈에 띈다.

국문학을 전공했고 66년 소설가 오영수씨 추천으로 <현대문학> 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한 김씨가 문인들을 필름에 담기 시작한 것은 지방신문 문화부 기자로 일하던 68년.

조지훈 시인의 부고를 접하고 자료 사진을 수소문했는데 중앙일간지에조차 변변한 사진이 없었다. 문인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카메라를 늘 메고 다녔다. 신문사, 잡지사에서 문학 담당기자로 취재할 때 외에도 문단의 시상식, 술자리 등 어디든 찾아가 셔터를 눌렀다.

그러다보니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란 달갑잖은 별명이 붙기도 했고, 김지하씨 출감 축하 술자리에선 기관원으로 몰려 필름-새 것으로 바꿔치기 해서-을 내주기도 했다.

하도 많이 찍다보니 당사자에게 일일이 사진을 줄 수 없어 여성작가 사이에선 ‘박기만 하고 빼지 않는 남자’란 야한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보람된 일이었고, 많은 문단 친구도 얻었다. 김씨는 사진 찍기 가장 힘들었던 작가로 황순원씨를 꼽았다. “황 선생은 사진을 철저히 기피했다.

그래서 선생이 꼭 참석해야만 하는 행사마다 지키고 서서 렌즈를 들이댔다. 나중엔 싫다는 표정 안하시더라. 서재에 초대받아 육필 원고를 얻어오기도 했다.”

김씨가 40년간 모아온 자료는 엄청나다. 흑백사진 필름이 8만여장, 슬라이드 필름이 1만여장이다. 미전시품 중엔 <오발탄> 을 쓴 소설가 이범선씨의 작고 하루 전 사진을 비롯, 귀중한 자료가 많다.

또 문학잡지 근무 시절 작가들이 보내온 원고를 버리지 않고 모은 것이 ‘1톤 트럭’ 분량이다. 여기엔 <창작과비평> 의 80년 폐간되기 직전 발행분에 실린 원고도 있다. 문학상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의 사인을 받아 집에 가져온 플래카드도 60개쯤 된다. 육성 녹음도 상당한 분량이다. 김씨는 이 방대한 자료를 맡아 운용해줄 ‘국립문학박물관’의 건립을 기대하고 있다.

문화모임 ‘문학사랑’과 함께 이번 전시를 기획한 사진작가 임안나씨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가의 수집품이 엄청나다”며 “전국 지방 문학관에서 순회 전시하는 등 후속 행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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