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 인생] 책이 사람을 만들고… 인생이 바로 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 인생] 책이 사람을 만들고… 인생이 바로 책…

입력
2007.12.14 12:13
0 0

돌이켜보면 내 생애의 매듭 매듭마다 각각 한 권의 책이 점철되어 있음을 느낀다. 논문이든 에세이든 모든 것은 나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나의 삶이 바로 책으로 변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자화상이다. 논문에서 저자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다. 에세이에서 더 체취를 느끼므로 에세이에 더 애정이 간다. 사람들은 에세이를 누구나 쓸 수 있는 신변잡기라 생각하나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논문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인생관과 세계관의 형성과정이 없으면, 학문의 세계도 형성되지 않으며, 따라서 에세이도 쓰여질 수 없다.

사람들은 독서를 아주 쉽게 여긴다. 아주 재미있는 것, 아무 힘도 기울이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글만 찾는다. 여가를 즐기는 독서가 있다. 그러나 치열한 과정을 거치는 참된 독서를 해가는 사이에 아주 조금씩 성숙해 간다.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있으면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되읽어보며 생각을 깊이 해본다. 때때로 그렇게 해서 터득한 내용을 노트에 적어두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신세계가 조금씩 넓혀져 가는 것을 확인할 때 그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런데 나 같은 미술사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겐 실은 예술작품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에게는 예술작품이 책이다. 문자언어가 아니라 조형언어(造形言語)를 읽는 것도 독서라 할 수 있으며, 올바로 해독하는 법을 체득하면 역시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최근 나는 <한국미술의 탄생> 이란 책을 펴냈다.

인류의 조형언어를 처음으로 읽어냈기 때문에 감히 그런 제목을 붙여 책으로 낸 것이다. 내가 추출한 조형의 근원적인 표현원리는 보편적이어서 인류의 모든 조형을 읽어낼 수 있다.

조형언어를 읽어서 문자언어로 바꾸어 내는 작업 또한 어려운 일인데, 두 가지를 함께 성취했을 때의 환희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이든 예술작품이든 모두 치열한 독서를 통해서 도달한 경지라 하겠다. 동시에 나라는 존재의 새로운 탄생이니 인생이 바로 책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강우방ㆍ전 국립경주박물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