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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서 '핑클'까지 팬클럽은 진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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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서 '핑클'까지 팬클럽은 진화중

입력
2007.12.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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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워드] 연예인과 팬덤

#풍경1.

MBC 퓨전 사극 <태왕사신기> 가 종영되던 지난 5일. 스포츠신문 두 곳에는 ‘우리나라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게재됐다. 배우 배용준의 팬 500여 명은 지난 11월부터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태왕사신기>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했다. 같은 날 오후 배용준의 팬들은 서울의 한 극장을 빌려 마지막회 단관(단체 관람) 행사를 벌였다.

#풍경2.

가요 프로그램 녹화가 진행되는 방송국 대기실. 일부 가수의 대기실은 각종 떡 도시락 빵 등 먹거리가 가득하다. 하나하나 포장된 떡에는 프린팅된 팬들의 응원문구가 적혀 있다. 주전부리가 풍성한 대기실은 가수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팬클럽의 힘이자 인기의 방증이다.

#풍경3.

지난 1월 그룹 SS501의 팬클럽은 SS501의 데뷔 600일을 축하하기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SS501’을 주요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1위로 만드는 집단 행동이었다. 전국의 팬클럽 회원은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SS501은 예상대로 인기 검색어 1위에 등극했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 결국 연예인과 팬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생 관계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확장은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 수준을 높였다. 이는 대형 연예 기획사의 등장으로 이어졌고 한층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팬클럽 역시 괘를 같이 해 대형화 조직화 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 보급, 휴대폰 상용화는 팬클럽 회원들의 정보력과 결속력을 높이며 팬클럽의 세력화에 일조했다.

연예 사업의 발달과 함께 팬클럽 문화도 변화무쌍하게 진화해 왔다.

#인터넷=팬클럽 문화 출범

인터넷의 확산은 다양한 팬클럽 문화를 출범케 했다. 팬클럽이 ‘일부 아이들 스타들을 추종하는 10대 팬들의 모임’이라는 시선은 없어진 지 오래다.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폐인’이라 불리는 집단이다. 폐인은 무언가에 집중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인터넷 신조어다.

마니아(mania) 정도로 대체될 수 있다. 폐인은 통상 지난 2002년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이후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드라마는 독특한 인물과 대사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붐을 일으켰다. 이후 ‘다모폐인’ ‘미사폐인’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폐인의 활동은 온라인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의 활동으로 이어지는 10대 팬클럽과는 차별화된다. 자연스럽게 연령층도 다양해진다. 단 한번도 팬클럽에 가입한 적이 없다는 30대 남성 회사원은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를 통해 ‘왕남(왕의남자)’ 모임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영화 <왕의 남자> 에 대한 얘기만 나눴지만 지금은 하나의 친분 모임화 돼 몇몇 사람과는 연락도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만든 순기능이다.

반면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과거 팬클럽은 오프라인을 통해 자기들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소속사와 스타의 집 앞에 진을 치고, 방송이 있는 날에는 같은 색 풍선을 들고 방송국을 찾는다. 콘서트장의 맨 앞자리는 항상 팬클럽의 몫이었다. 비(非)팬클럽 회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팬클럽 회원과 비회원이 만났다. 특정 스타의 기사에는 팬들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팬클럽 회원들은 조직적으로 ‘스타 띄우기’에 나선다. ‘인기 검색어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특정 기사와 단어를 연이어 검색하고 클릭함으로써 자신들이 추종하는 스타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전면에 드러나게 만든다.

여기서 미칠 광(狂)자와 영단어 클릭(Click)이 결합한 ‘광클’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아이들 그룹 B의 팬클럽 회원이라 밝힌 한 여고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단체 문자를 통해 특정 일자에 특정 단어를 검색하라는 공지가 내려 온다. 우리의 힘이 인터넷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회원들은 건전한 비판 한 번 하기 힘들다. 부정적인 댓글이라도 하나 올리면 온갖 악플이 뒤를 잇는다. 팬클럽 회원들의 ‘도배질’에 댓글은 어느새 찬양 일색으로 바뀐다. 아울러 특정 스타와 맞물린 연예인은 여지없이 악플의 화살을 맞는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과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일촌 소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양측의 팬들이 인터넷상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동방신기 사랑해요. 나 OO과 친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장난스럽게 보이지만 않는 이유다.

#대형 기획사=팬클럽과 조직적 연대

연예 기획사의 거대화는 팬클럽의 성장과 연결된다. 특히 10대 아이들 그룹을 관리하는 기획사는 조직적으로 팬클럽을 관리하며 소속 연예인들의 인기 관리에 힘쓴다.

스타가 탄생한 후 팬클럽이 조직되는 것은 더 이상 수순이 아니다. 팬클럽은 그룹의 데뷔 이전부터 연습 과정을 지켜보며 구성된다. 대형 연예 기획사에서는 수년에 걸쳐 훈련시킨 멤버를 데뷔시키기 때문에 이미 그 과정에서 팬클럽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룹 빅뱅은 데뷔 과정을 인터넷과 케이블 채널을 통해 공개하며 미리 팬층을 형성했다.

그룹 동방신기의 팬들은 같은 소속사 출신인 슈퍼주니어의 존재를 결성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결국 앨범 발매와 함께 수많은 팬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게 되고 그 파급 효과는 만만치 않다. 엠넷미디어 소속의 그룹 FT아일랜드와 초신성 등도 데뷔하자마자 대규모 팬클럽을 몰고 다니고 있다. 모두 연예 기획사를 통한 조직적인 팬클럽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순수한 의미의 팬클럽이 기획사에 의해 상업적으로 운용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매니저들의 욕설과 폭행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모 아이들 그룹의 팬클럽 회원인 이모양(16)은 “팬들이 몰려 들면 욕설을 퍼부으며 손발을 휘두르는 매니저들이 있다. 실제로 뺨을 맞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들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라고 해명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동방신기의 콘서트에서 벌어진 ‘소지품 압수 소동’은 기획사의 무리한 팬클럽 운영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주최 측인 SM엔터테인먼트는 팬클럽을 포함한 입장객들에게 휴대전화와 가방 등을 압수했다.

일부 입장객의 반발이 있었지만 입장대열의 앞자리를 차지한 팬클럽 회원들이 자진해 소지품을 내놓으며 이번 소동의 단초를 제공했다. 결국 돌려주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져 많은 팬들이 새벽 늦게 귀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동방신기의 공식 팬클럽 카시오페아의 한 팬은 언론사로 항의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팬은 장문의 편지를 통해 “SM측에서 보여왔던 팬무시 현상이 이렇게 커졌다. 팬을 돈 버는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팬클럽에 대하는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팬의 사랑?

팬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비를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만원 안팎의 돈을 지불한다. 일본 그룹 모닝구무스메가 50만원에 달하는 팬클럽 가입 비용을 제시해 구설에 오른 것에 비하면 약소한 편이다.

하지만 가입비가 전부가 아니다. 스타의 생일파티, 촬영장 방문 등 각종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크게 작은 운영비를 내야 한다. 최근에는 배우 오만석의 팬 15명이 SBS 월화사극 <왕과 나> 의 스태프를 격려하기 위해 150인분의 뷔페를 준비했다. 이 외에도 인기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단체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대관하고 격려 물품을 보내는 등 팬클럽 운영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팬들의 몫이다.

팬클럽 회원들은 추종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가꾸기 위해서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스타들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에는 배우 소지섭의 팬들이 소지섭의 모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성유리의 팬들도 성유리가 KBS 드라마 <눈의 여왕> 에서 근무력증 환자로 등장하자 근무력증 환자를 돕기 위한 성금을 기탁했다.

이 외에도 배우 이병헌 김민종의 팬들이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금을 냈다. 한 매니저는 “팬들이 자청해서 벌이는 일이다.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다. 일부 팬들은 분위기에 편승해 돈을 내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듣곤 한다”고 말했다.

팬클럽 회원들의 고가 선물은 팬클럽 문화의 폐단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아이들 그룹 출신 S의 팬들은 S를 위해 고가의 녹음기기를 선물했다. 또 다른 그룹의 멤버였던 J는 오토바이를 선물 받기도 했다. 얼리 어댑터(신제품을 빨리 구매하는 집단)로 유명한 A의 경우 팬들이 지속적으로 전자제품을 공급해 줘 자기 돈을 들일 일이 없다.

팬들이 스타에게 온갖 명품 선물 공세를 편다는 얘기는 새롭지 않다. 싸이더스 IHQ의 한 매니저는 “적지 않은 팬들이 고가의 선물을 하면 스타가 기억해 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스타의 얼굴을 보게 해 달라며 매니저에게 명품 선물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 나이 어린 팬들이 값비싼 물건을 사 들고 오는 것을 보면 적잖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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