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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희망' 28000시간 '고통들'을 만나보니 결국 '행복'은 내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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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희망' 28000시간 '고통들'을 만나보니 결국 '행복'은 내안에…

입력
2007.12.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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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A. 우드 지음ㆍ김무겸 옮김 / 글항아리 발행ㆍ368쪽ㆍ1만3,000원

“행복은 결국 인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20여년 동안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을 치유해 낸 미국 애리조나 의대 교수 이브 A. 우드의 결론은 여느 영적인 스승들의 통찰과 다르지 않다.

정신과 의사인 우드 교수는 2만8,000여 시간 동안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희망> 을 통해 사랑, 일체감, 공감, 희망 등 인간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의학의 이론적인 개념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우드 교수는 의과대학에서 의사들이 병에만 관심이 있을 뿐 환자들의 생각이나 감정, 심지어 고통마저 개의치 않는 데 실망해 한의학 수업 등을 통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 영혼을 함께 치료하는 치료 모델을 정립한다. 이른바 ‘세 다리 의자 모델’이다.

그가 말하는 육체의 다리는 생리, 유전자, 타고난 천성과 감정, 취약점, 질병 등으로 현대 의학이 가장 익숙한 부분이다. 정신의 다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생각으로 정신과전문의, 심리학자, 정신분석가 등에게 익숙하다.

영혼의 다리는 더 높은 존재에 대한 자각, 자신보다 더 크고 위대한 어떤 힘에 연결되었다는 의식으로 종교, 신비주의, 명상의 영역에 속하는데 대부분의 의사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우드 교수는 환자 치료에 이 셋을 통합하는 모델을 적용해 놀라운 효과를 거두었다.

아버지의 거듭된 성적 학대와 구타로 10여 개의 인격체를 갖게 된 다중인격장애 환자 질리. 그녀는 수시로 어린이의 인격으로 스위칭하고, 칼로 몸을 찌르고 다리미로 팔뚝을 지지며 자살하기 위해 밧줄을 준비한다.

우드 교수는 그녀의 육체와 정신, 영혼을 순차적으로 치료해 “나는 나쁘고 하찮으며 학대를 받을 만하다. 남자는 위험하고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자아상과 세계관을 가졌던 그녀를 누구 못지않게 행복한 사람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과정에서는 물론 질리의 ‘삶의 의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르는 것을 환자와 공유하지 말라는 의과대학의 가르침과 달리 진료내용 녹취 테이프를 거의 10년 동안 청취하도록 한 우드 박사의 인간애가 없었더라면 질리가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공황장애를 앓은 여교사 신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새뮤얼, 강박장애인 변호사 박스터 등의 사례를 통해 저자가 환자를 치유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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