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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화장실은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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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화장실은 인권이다

입력
2007.12.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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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지하철 기관실 문을 열고 급한 용변을 보려던 한 승무원이 선로에 떨어져 숨졌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승무원 화장실 복지 문제에 대한 서울메트로 측의 철저한 무관심이 빚은 예고된 비극이다.

서울메트로가 운행하는 지하철 1~4호선에서 승무원용 화장실이 있는 역은 청량리 등 고작 3곳이다. 한번 운행에 들어가면 3~4시간을 꼼짝없이 기관실에 갇혀 있어야 하는 승무원들에게 화장실 확충은 절실한 문제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사측에 승무원용 화장실을 더 설치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사측은 그 때마다 “화장실을 설치할 공간이 없고 관리도 어렵다”며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마지못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고작 ‘운행 전에는 과음ㆍ과식 하지 말라’는 사원 교육이 전부다.

이번 사고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측이 내놓은 대책은 더욱 한심하기 짝이 없다. 승무원들이 기관실 내에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휴대용 변기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역은 아니어도 최소한 5, 6개 역마다 한 개꼴로는 화장실을 지어달라”는 승무원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승무원들은 지금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빈 우유팩 등을 갖고 운행에 들어간다. 결국 사측은 우유팩을 휴대용 변기로 업그레이드 해주겠다는 것인데, 승무원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지하철 승무원 화장실 문제의 대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성의하다. 뒤늦게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승무원 근무 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배설은 인간 생명을 유지하는 본능적 행위다. 따라서 화장실은 인권의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버스 기사 등 화장실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근로자가 의외로 많다. 제 때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의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인권 유린 행위임을 사용자 측은 명심해야 한다.

김일환 사회부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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