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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을 살립시다/ 기름띠 상처 씻어내는 '아름다운 인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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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을 살립시다/ 기름띠 상처 씻어내는 '아름다운 인간띠'

입력
2007.12.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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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폭탄을 맞은 듯 검게 변한 충남 태안의 청정 해역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절경을 자랑하는 1,300리 해안과 청정 수산물의 고장 태안을 살려내기란 요원한 일일까. 검은 바다처럼 절망감에 휩싸여 눈앞이 캄캄해진 태안 주민들의 아픈 가슴에 희망의 불꽃을 되피울 순 없을까.

바다를 살리고, 태안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따뜻한 이웃들의 ‘손’뿐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바다에 뿌려지는 유처리제는 2차 오염을 유발할 뿐이며, 해안에 상륙한 기름 덩어리들은 유화제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한다. 태안 40여㎞ 해안과 백사장을 뒤덮은 기름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걷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손에 쓰레받기며 바가지며 국자를 들고 기름을 퍼내고, 자갈 하나하나를 닦아내야 한다.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이 방법이 궁극적이며 친환경적인 방제법”이라고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태안현장상황실장은 말한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자원봉사자가 태안으로 달려가느냐가 ‘푸른 태안의 부활’의 최대 관건이다.

1997년 일본 시마네(島根)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나홋카호 침몰 사고는 모범적인 방제 성공 사례다. 태안 사고의 절반 정도인 6,240㎘의 기름이 유출됐을 당시 30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4개월여 동안 일일이 손으로 바다와 해안을 닦아내 재난을 극복했다.

태안에서도 희망의 싹은 보이고 있다. 12일 오후 태안군청 재해대책본부에는 자원봉사 신청 전화가 쇄도했다. 직원 10여명의 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자원봉사자 수는 사고 이후 매일 수 천명씩 증가, 12일에는 1만5,000여명에 달했다. 13일에는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대책본부는 예상했다. 이는 태안군 전체 인구 6만4,000명의 30%에 해당한다.

기업, 사회단체, 각 자치단체, 시민과 학생들이 앞다퉈 자원봉사에 뛰어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15일 출발하는 봉사단을 모집하자 1,000명이 넘게 몰렸다. 적십자사 대전충남지사는 1,000명 분량의 취사가 가능한 급식차 3대와 회원 300명을 동원, 방제작업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돕고 있다.

서덕철 태안 부군수는 “부산의 한 고3 여학생이 오늘 아침 ‘불쌍한 어민들을 돕고싶다’며 토ㆍ일요일 이틀간 봉사활동을 신청했다”며 “이런 분들이 있는 한 방제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봉사활동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헌옷가지 등 물품을 택배로 보내온 수도권 주민도 있다. 성금 기탁 문의가 쇄도하자 태안군, 충남도, 행정자치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모금창구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래도 아직 일손은 더 필요하다.작은 마을 해안이나 섬에는 60~70대 노인들이 헌 속옷을 찢어 기름을 닦아내느라 허리 펼 겨를조차 없다. 장비와 물품도 턱없이 부족하다. 태안은 보다 많은 이웃들의 뜨거운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

태안=허택회기자 thheo@hk.co.kr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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