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앞바다 유조선 원유유출 사고 이후 자원봉사자 등이 애써 수거한 폐기물을 늑장처리 하는 바람에 멀쩡한 해안과 도로 등이 2차 오염되고 있다. 주말에는 자원봉사자가 1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폐기물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오후 폐기물 수거작업이 한창인 만리포해수욕장 백사장 입구 좌우 도로는 온통 기름투성이 였다. 비닐과 부직포 등을 깔지 않아 오염되지 않았던 해안옹벽과 일부 백사장은 대형 폐유통과 마대에서 흐른 폐유로 질퍽거렸다. 방제작업에 사용했던 양동이와 삽에서 폐유가 흘러 가로수 수십 그루가 고사위기에 놓였다.
신두리해수욕장에선 전국 각지에서 온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이들은 흡착포와 폐현수막 등으로 기름 제거 작업을 벌였으나 수거한 폐유를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심지어 백사장에 있던 대형 폐유통이 밀물 때 기울어져 폐유가 흘러 나와 기껏 고생한 게 수포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태안일대에서 수거한 기름폐기물 가운데 3,500톤을 해변과 도로 등 지정장소 12곳에 모아 놓았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와 전국 40개 지정폐기물 처리업체로 보내는 양은 하루 1,300톤에 불과, 매일 늘어나는 폐기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폐기물수거가 늦어진 것은 해경이 폐기물처리업체와 수거처리비용 정산주체를 늦게 지정했기 때문이다. 사고직후 해경은 오염구역을 12곳으로 나눠 폐기물수거에 참여한 20개 업체에 작업구역을 지정했다. 하지만 해경은 수거업체가 모은 폐기물을 하역 할 처리업체를 동시에 정하지 않아 반출을 못해 쌓아 두었다. 또한 수거 처리비용은 배상책임이 있는 P&I(선주상호보험)에서 내도록 돼 있으나 명확한 정산방법과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업체들이 반출을 미루다 13일 주체가 확정된 후부터 반출을 시작했다.
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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