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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6집 "제진정한 음악 보여주는 이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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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6집 "제진정한 음악 보여주는 이정표입니다"

입력
2007.12.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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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의 이름 앞에는 데뷔 초기인 1998년부터 ‘R&B의 요정’이란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자그마한 몸집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고음을 R&B 선율에 안정감있게 올려놓고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였던 그녀.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리나 박(Lena Park), 비음이 섞인 서툰 한국말마저 매력적으로 들렸던 것은 혹시 외국물을 전혀 안먹은 사람처럼 너무나 한국적인 감성으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은 아닐까.

박정현이 얼마 전 2년 만에 6집 정규앨범 을 내놨다. 박정현은 이 앨범이야말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어느새 10년의 시간 동안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해낸 그는 얼마나 성숙했을까. 서울 강남의 소속사 녹음실에서 만난 박정현은 감기에 걸렸는지 목소리가 가늘었다.

매니저도 모과차를 챙기며‘한 번 걸리면 몇 달 가는’ 박정현의 감기를 걱정한다. “연말 공연을 5일 동안 해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 약도 제대로 못 먹고, 그냥 생강차나 모과차로 목을 달래요.”

가족과 떨어져 강아지 한 마리와 사는 한국 생활이 박정현에게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가 갓 스무살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미국인이었지만, 어른이 되어선 한국에서 계속 살았으니 여기가 집인걸요. 아휴, 그래도 처음보다 한국말이 늘었지만 아직도 은행에 가는 게 두려워요. 어찌나 전문적인 단어가 쏟아지는지.”

박정현을 얘기하면서 R&B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꺾이며 흐느적거리는 듯한 독특한 창법 때문이다. 답답한 호흡기를 뻥 뚫어주는 시원한 목청, 여기에 어울리는 R&B 풍의 노래가 그의 매력이지만 항상 모든 곡이 R&B처럼 들리는 것은 어쩌면 약점이지 않을까. “원래 교회에서 노래를 시작했기 때문에 저의 음악적 뿌리는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ㆍ대중적 교회음악)이지요. 노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교회음악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게 계기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음악 편식은 안 했어요. R&B 말고도 여러 장르의 음악을 좋아했죠.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를 가장 좋아해서 따라간 면도 있구요. 그래서 록을 불러도 재즈를 해도 다 R&B처럼 들리는 건 맞아요.” 그는 스스로는 R&B 가수라 불리기 쑥스럽단다. “진짜 진심으로 R&B 하는 분들에게 부끄러워요.”

이번 6집이 이전 앨범들과 가장 다른 점은 박정현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의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 타이틀 곡인 ‘눈물빛 글씨’는 작곡가 황성제씨와 공동 작곡, ‘믿어요’를 비롯한 4곡은 박정현 혼자서 곡을 썼다.

보사노바 풍의 창법이 독특한 ‘달아요’,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을 떠올리게 하는 ‘Smile’ 등은 박정현 식 발라드를 벗어난 모습이다. “4, 5집 때에는 음악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많았어요. 하지만 6집에선 좀더 싱어송 라이터로 성장하는 저를 보여주고 싶었죠. 앞으로의 음악인생을 가리키는 이정표 같은 앨범이에요.”

국내 활동이 뜸했을 동안 박정현은 일본을 오가며 3장의 앨범과 싱글 여러 장을 내며 왕성하게 움직였다. 일본 언론은 그녀를 ‘한국의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뭐랄까 음악을 상당히 꼼꼼하게 듣더라구요. 미국 진출이요? 하하. 제가 미국에서 앨범 내면 진출이 아니죠. 전 한국과 사랑에 빠졌어요. 기회가 되면 미국에서 음반을 내고도 싶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에서의 음악활동을 포기해야 한다면 사양할래요.”

한국에 오기 전 연극영화를 전공했던 그는 중간에 영문학(컬럼비아대)으로 방향을 돌려 졸업까지 2학기를 남겨놓은 채 휴학 중이다. 어느새 서른 나이를 넘겼는데, 다급하지는 않을까. “제 꿈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으니까 이미 이뤘고, 다른 하나는 책을 쓰는 거예요. 그것까지 이뤄지면 너무 욕심쟁이 아닌가요? 시간도 없고…. 직업으로 음악을 듣는 음악 칼럼니스트는 어떨까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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