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서풍에 떨고 있는 안면도 현지 르포/ "기름띠가 이리로 온댜…" 不眠의 섬 안면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서풍에 떨고 있는 안면도 현지 르포/ "기름띠가 이리로 온댜…" 不眠의 섬 안면도

입력
2007.12.14 12:10
0 0

편안히 잠들 수 있다는 안면도에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 기름띠가 해안을 습격할지 몰라 어민들은 폭풍전야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방제 준비를 하고 있다. 평일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던 횟집과 펜션은 철시를 한 듯 인적이 끊겼다.

13일 오후 태안군 남면과 안면도를 연결하는 연륙교. 수십 명의 어민들이 다리에 길다랗게 늘어놓은 오일펜스를 바다로 끌어내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천수만 안쪽의 서산시 부석면 창리와 간월도 어촌계원들로 기름막이 조류와 바람을 타고 안면도 남단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나선 것이다.

해경이 11일 연육교 교각 앞쪽에 오일펜스를 설치했지만 물살이 거센 곳이라 이날 교각 뒷편으로 오일펜스를 더 설치, 이중 방어막을 편 것이다. 하지만 어민들은 가로림만의 오일펜스가 뚫린 걸 상기하며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오일펜스 설치작업을 하던 김경만(62)씨는 “여기가 뚫리면 천수만은 완전히 죽게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지”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연륙교 인근 남면 당암리 어민들은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기름띠를 밀어내는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어민들뿐 아니라 횟집이나 수산물 판매점, 펜션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속도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연말연시 해넘이, 해돋이 특수 기대로 잔뜩 부풀었는데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평일에도 북적이던 안면도 초입 백사장항 횟집거리는 점심시간 인데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 수산물 판매점도 기름유출 사고 후부터 개점 휴업중이다. 상인들은 수협에서 나눠준 방제복을 입고 기름띠가 몰려온다는 방송이 나오면 즉각 작업에 나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백사장항에서 수산물 판매점을 운영하는 남인숙(46) 사장은 “이제 굶어죽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가게는 평일에도 직접 회를 떠 팔거나 대하 등을 포장 판매해 100여만원은 거뜬히 벌었다. 주말에는 1,000만원 이상 매상을 올렸는데 사고가 난 후 하루 10만원 안팎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다.

그는 “안면도에는 아직 기름이 번지지 않았고 가게에서 파는 조개류 상당수는 북한에서 들여온 건데도 손님들이 너무 과잉반응 하는 것 같다”며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은행 이자도 갚아야 하는데 큰 일”이라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안면도 끝자락 영목항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44년동안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분(70) 할머니는 “이제까지 횟집하면서 오후가 되도록 개시를 못한 날은 처음”이라며 “간판을 켜봤자 전기료만 나갈 뿐이어서 아예 불도 껐다”고 말했다.

펜션들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한 꽃지해수욕장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오인섭(44)씨는 “성탄절과 연말에는 방마다 손님이 가득했었는데 모두 예약이 취소됐다”며 “펜션건축비 등 1억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데, 완전히 쪽박을 차게 생겼다”고 말했다.

지남신(55) 안면발전협의회장은 “손님들이 먹을 것에 대한 걱정과 사고지역으로 관광 오는데 대해 부담을 가지는 것 같다”며 “아직 피해가 없는 안면도에 많이 찾아와주는 것이 태안을 살려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태안=허택회기자 thheo@hk.co.kr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