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교향악단 뉴욕 필하모닉이 내년 2월 평양 공연을 한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앞 다퉈 평가하듯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뉴욕 필은 당초 북한의 초청을 받고도 자칫 북한의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선전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염려에서 결정을 망설여 왔다고 한다. 실제로 일부 단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 미 국무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역사적 공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뉴욕 필의 평양공연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 등 북한의 극적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미국의 최근 움직임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과거 냉전시대 미국의 교향악단이 소련이나 중국 공연을 통해 미소, 미중 관계의 해빙에 크게 기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뉴욕 필의 평양 공연도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정상화에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미국 국가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하고 공연 실황의 북한 전역 방영, 남한 출신 단원 8명과 기자단의 동행 취재 등도 약속했다고 한다. 빗장을 열고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개방 의지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뉴욕필은 평양 공연에 이어 서울 공연도 하는데, 이는 남북간 간접 문화교류라고 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 남북 화해와 평화공존 의지를 과시하는 의미도 적지 않다.
북한이 희망하는 평양 관현악단의 미국 공연도 성사되면 북미간 적대감정 해소는 물론 북한의 문화적 개방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 국무부가 북미 간의 문화교류를 계속 장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북미 간 정치적ㆍ문화적 해빙 기류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그제 북미가 관계 정상화의 길로 나가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어제는 56년 만에 경의선이 이어졌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김 위원장에게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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