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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젊은 작가 정이현이 보내는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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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젊은 작가 정이현이 보내는 '두 개의 시선'

입력
2007.12.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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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 작별…정이현 지음 / 마음산책 발행ㆍ245, 207쪽ㆍ9,000, 8,000원

소설가 정이현(35)씨가 첫 산문집을 펴냈다. 2권이다. 2002년 등단 이후 신문 등에 기고한 글을 나눠 묶었다.

<풍선> 은 영화 감상문 43편과 사회ㆍ문화 현상에 관한 에세이로 구성됐다. 정씨는 재치있는 비유와 매끈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을 통해 정색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선호와 가치 판단을 뚜렷이 드러낸다.

전지현씨가 여경으로 나오는 한 영화에 대해 “제복 페티시스트들의 욕망을 백일하에 공포해준… CF를 빙자한 소수자의 인권에 관한 영화”(119쪽)라고 비꼬거나, 인디밴드의 ‘공중파 성기노출’을 놓고 여중 시절 학교 앞에 출몰하던 ‘바바리맨’을 연상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별이 무섭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글에서는 작품 비판에 가차없는 비평가들을 겨냥, “정말로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당신에게 ‘좋다’의 반대말은 ‘싫다’인가, ‘나쁘다’인가”(202쪽)라고 날선 질문을 던진다. 두루뭉술한 입장의 글보단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물론이다.

<작별> 에선 38편의 서평과 함께 수록된, 작가의 문학론을 담은 글들이 눈길을 끈다. 정씨는 사회 변혁이나 문학적 순결성이란 창작 토양이 있었던 ‘행복한 작가의 시대’가 저물고, “독자들이 이미 제각각 개별적인 비평가의 위치에 올라서 버린” 환경이 도래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오늘의 작가는 ‘소통’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씨는 ‘2000년대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낸다. “무릎이 떨리는 공포와, 짜릿한 소통의 쾌감이 동시에 밀려온다.”(59쪽) 최근작 <오늘의 거짓말> 에서 주요 소재로 삼았던, 작가와 동세대인 ‘90년대 아이들’에 대한 단상도 담겨 있다.

“경험하지 않은 얘기만 쓰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삶과 현실에 발붙이고 쓰려 한다”는 것이 작가의 최근 입장인 만큼, 이번 산문집은 작가 신변에 대한 엿보기 심리를 만족시키는 걸 넘어 정씨가 향후 작품에서 보여줄 것들을 가늠해볼 수 있는 유용한 읽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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