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올 들어 서울증권과 로젠택배, 한국통운, 한국GW물류를 잇따라 사들인 데 이어, 9일 1조9,500억원에 전자제품 유통업체 하이마트까지 인수하면서 건설, 금융, 물류, 유통을 아우르는 재계 30위권의 중견 그룹으로 성장하게 됐다.
유진그룹 김재식 부회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 물류, 유통 등 3개 축을 21세기 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삼고 1년 6개월 전부터 하이마트 인수를 준비해왔다"며 "건설을 기반으로 물류, 금융, 유통 부문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유진기업을 주축으로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이마트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자금 중 절반은 농협 등 재무적 투자자에게서 조달하고, 절반은 자체 보유자금(65~70%)과 2곳의 전략적 투자자가 떠맡는다. 유진은 또 향후 5년 내 국내에서 50개 정도의 신규 점포를 설립하고 중국 등 해외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유진기업이 보유한 레미콘 공장 32개 가운데 수도권의 유휴 공장을 활용, 하이마트를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기존 경영진과 임직원에 대한 신임 및 고용 안정도 약속했다. 하이마트 인수가 완료되면 유진그룹의 내년 매출 규모는 4조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유진그룹은 2004년 고려시멘트 인수 이후 올해에만 5개의 알짜 회사를 먹어치워 'M&A 사냥꾼'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1969년 군납용 건빵 제조회사인 '영양제과공업'으로 시작해 79년 유진종합개발과 84년 유진기업을 세우며 시멘트ㆍ레미콘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창업주인 유재필 명예회장의 장남 유경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며 시멘트와 레미콘 중심의 건설소재 전문그룹으로 성장 기틀을 다져나갔다.
고려시멘트 인수를 통해 건설소재 분야의 입지를 강화한 유 회장은 올해 3월 서울증권과 서울자산운용, 서울선물을 인수하며 금융업으로 발을 넓혔다. 또 2월 로젠택배를 인수한 뒤 8월 한국통운, 한국GW물류 등을 잇따라 계열사로 편입해 물류 분야에서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유진그룹은 추가 M&A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주택과 토목, 해외수주 등의 실적을 고루 갖춘 건설사가 매물로 나온다면 적극 인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증권사 추가 인수 계획도 갖고 있다. 유경선 회장은 "서울증권 외에 추가적인 금융사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고, 김재식 부회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특정 금융사를 두고 M&A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업계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상만 있다면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물류, 금융, 유통 분야에서 필요하다면 유망 기업을 추가 인수하겠다"며 "그 대상은 주로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 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대한통운 인수설을 일축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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