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승 축하연 진하게 했죠. 오늘 밤 한번 더 치러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숙취 때문에 괴롭다고 했지만 얼굴 한 가득 미소가 넘쳐 흘렀다. 중앙대가 파죽의 38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2007 농구대잔치 우승을 차지한 다음날인 8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김상준(39) 중앙대 감독은 우승의 벅찬 흥분을 아직 털어내지 못한 듯 했다.
고려대가 보유하고 있는 49연승까지 이제 11승. “내년엔 기록을 갈아치우고 싶다”며 조심스레 목표를 밝히는 김 감독과 막간의 ‘해장 타임’을 가졌다.
바스켓과 함께 한 인생
농구에 빠져 결혼도 잊고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30년. 안정된 직장, 보장된 미래를 모두 뿌리치고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였다. 지난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그의 한국은행 동료들은 대부분 은퇴와 동시에 은행원 신분을 택했지만 그는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고쳐 맸다.
나래(현 동부)와 현대(현 KCC)에서 2년간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 후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주유소를 경영했다. 그러나 농구 코트를 잊을 수 없었고, 운명과도 같이 2001년 명지중 사령탑을 맡았다.
은행에서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동료들을 보면서 “결코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자신 있게 외치는 그다. 자신만의 농구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상준 감독. “언젠가는 프로에도 진출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도 해야죠.”
‘자율’은 나의 힘
중앙대 농구는 화려하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만 볼 수 있는 화려한 덩크슛과 앨리우프가 경기 도중에도 빈번히 터진다. 강병현은 살짝 염색한 머리에 무스를 발라 띄워 올린 헤어스타일이 연예인 못지않고, 박성진은 관중을 향해 응원을 독려하는 제스처를 서슴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젊은’ 김 감독의 대답이 멋지다. “경기를 앞두고 외모에 신경 쓰는거요? 좋습니다. 바람직하죠. 딱 한마디만 합니다. ‘진짜 멋있게만 하라’는 거죠.”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틀에 박힌 농구는 하지 말라’는 것. 김 감독은 “선수 개개인이 자신감 있게 창조적인 농구를 펼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땀으로 이룬 연승의 신화
지난 7일 동국대와의 결승전을 지켜본 농구인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앙대 선수들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코트를 헤집고 다녔다. 득점의 절반이 속공으로 이뤄졌다.
혹자는 ‘그 멤버들로 연승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 감독이 말하는 중대의 연승 비결은 무엇보다 한 순간도 쉬지 않는 ‘스피드’와 ‘탄탄한 수비’에 있다. 중앙대가 올 한해 기록한 한 경기 평균 실점이 고작 68점. 올 여름 프로팀들과 가진 연습경기에서 내로라 하는 프로농구의 스타들이 중앙대의 ‘질식수비’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선수들의 원래 실력만으로 연승을 이어온 것이 아닙니다. 중앙대의 주무기인 ‘런 앤드 건’(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쉴 새 없는 속공을 펼치는 농구 전술)과 ‘질식수비’를 장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었습니다.” 땀으로 이룬 김 감독의 신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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