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은 1차 토론 때와 비슷하게 대체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와 이 후보의 방어 양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격한 설전이 벌어졌던 1차 토론 때보다 공방의 수위는 다소 낮았다. BBK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엄격히 주제를 제한하는 토론 진행 방식과 주제를 벗어나는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사회자의 거듭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위장 전입 등 도덕성 문제를 다른 후보들이 집중 공격했다. 특히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위장 취업, 위장 이전, 탈세 등 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에게 믿고 따르라고 하겠나” “이명박 후보는 마땅히 사퇴함으로써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등 작심한 듯 공세를 폈다.
1차 토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 날선 공세를 폈다면 이번에는 이회창 후보가 공격수를 자처한 모습이었다.
정 후보도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위장 전입을 단속할 수 있겠나”는 등 공격을 폈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되겠다는 생각을 접는 게 가장 좋은 교육 정책”이라고 이에 가세했다.
이런 공격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정치하는 6개월 짧은 동안 비도덕적 사람으로 몰렸는데 정치꾼이 그렇게 모는 것 같다” “정 후보는 네거티브가 심한 것 같다”는 등 공세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 후보들이 1차 토론 때 보였던 약점들을 보완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명박 후보는 1차 토론 때 몸을 뒤로 기댄 자세 때문에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자세 교정에 애를 썼다. 이명박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에도 측근들에게 “이번에는 이런 것(뒤로 기대 앉는 것) 안 했냐”고 묻기도 했다.
정 후보는 1차 토론 당시 독기를 품은 듯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이날은 비교적 부드러운 이미지를 유지했다. 어색했던 분장도 전문 코디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러운 톤으로 바꿨다. 이회창 후보는 1차 토론 때 무난했지만 강력한 이미지를 주진 못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날 토론에서는 가장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스튜디오에서 사진기자들이 후보들에게 손을 잡는 포즈를 요청하자 이명박 후보가 정 후보의 손을 쥐면서 “손잡으면 싸울 수는 없잖아”라고 농담을 던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장외 응원전 열기도 역시 뜨거웠다. 각 후보 지지자들 수백 여 명은 토론회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 모여 치열한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지지자들이 피켓과 플래카드를 동원한 것이 선거법 위반 행위라는 중앙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일부 철수하기도 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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