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인종문제가 단순한 흑백 차원을 넘어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등 소수 인종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오히려 더 심각한 양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인 ‘뉴 아메리카 미디어’가 처음으로 소수 인종만을 대상으로 실시,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다른 소수 인종 보다는 백인들과 일할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계의 93%, 흑인들의 92%, 아시아계의 73%, 즉 소수 인종의 절대 다수는 인종간 긴장이 미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대답했다. 이는 백인들과의 관계에서 보다 소수 인종들 사이에서 더 많은 문제점이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흑인-히스패닉간 갈등은 보다 심각해서 이민자들이 절반을 넘는 히스패닉계에 비해 90%이상이 미국 태생인 흑인들 가운데 히스패닉계가 흑인들의 일자리와 정치적 힘을 빼앗는다고 응답한 사례가 51%에 이르렀다. 반대로 히스패닉계의 44%는 높은 범죄율 때문에 흑인들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소수 인종 가운데서도 흑인들이 한층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흑인들의 71%가 미국의 사법제도를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응답한데서도 드러난다. 이에 비해 히스패닉계는 45%가, 아시안계는 27%만이 미국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했다.
소수 인종간 소통이 없다는 점도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의 경우는 거의 4분의3이, 그리고 흑인들의 61%가 다른 인종과는 한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 그러한 실정을 말해주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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