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의 대명사인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늘어나고, 발병 나이도 낮아지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전체 인구의 10~15%나 될 정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 인공관절 성형술을 받은 환자는 2003년 1만8,568명, 2004년 2만1,621명에서 2005년 2만6,268명으로 증가했다.
또 축구나 농구, 마라톤, 스키, 스노보드 등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젊은이가 늘면서 환자 연령대도 젊어지고 있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이 최근 3년간(2005~2007년) 병원을 찾은 무릎 관절염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40대 환자가 2005년(총 내원 환자 1,100명)에 23%(253명)였는데, 2006년(1,500명)에는 28%(420명), 2007년(8월 말 현재ㆍ1,950명)엔 34%(650명)로 늘었다. 고용곤 원장은 “무릎 연골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80% 이상이 20~30대”라고 말했다.
■ 무리한 관절 사용이 염증 불러
허벅지뼈(대퇴골)와 정강이뼈(경골), 종지뼈(슬개골)가 모여 무릎 관절이 되고, 이들 뼈 끝(연골하골)은 연골과 초생달 모양의 반월상연골로 덮여 있다. 이들 뼈가 만나는 부분은 관절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절막 안쪽은 활액막이라고 한다.
반월상연골은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며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면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준다. 또한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활액을 골고루 분비한다. 서 있을 때 무릎에 가해지는 체중의 40~60%가 반월상연골을 통해 전달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절 운동을 원활히 하는 연골에는 혈관이 없어 관절 속의 관절액을 주 영양분으로 쓰고 있으며, 신경이 없어 이상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통증을 느끼는 것은 관절이 붓거나 주위 조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절을 오랫동안 반복 사용해 퇴화ㆍ노화되면 연골이 닳아 털옷의 보푸라기처럼 일어나고 갈라진 뒤 떨어져 나간다. 연골이 닳아 없어진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끝 부분은 가시처럼 뾰족하게 돼 주위 힘줄과 인대, 관절낭 등을 찔러 통증과 염증을 일으킨다. 떨어져 나간 연골은 활액 속을 떠다니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관절이 변형돼 O자형 다리가 되기도 한다.
■ 손상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
진단은 문진(問診)과 신체검사, 혈액검사, X선 검사, 자기공명영상(MRI)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초기 관절염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아프거나, 앉았다 일어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초기에는 X선 검사로는 반월상연골 손상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여서 약물ㆍ운동요법을 병행 치료한다.
약물요법은 통증을 없애기 위해 아스피린 계통, 스테로이드제제, 비(非)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콕스2억제제 등과 글루코사민ㆍ콘드로이틴 등 연골재생촉진제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제제는 강력한 진통ㆍ소염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쿠싱증후군(코티솔 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혈당 상승, 월경 장애, 골다공증, 성욕 감퇴 등이 나타난다) 발병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
운동요법은 대퇴사두근 강화운동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는 것이다. 하루 30분 정도, 1주일에 3회 이상 가볍게 걷거나 목욕탕과 수영장에서 부력을 이용해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등이 있다.
중기 관절염은 쪼그려 앉아 일하거나 걸을 때 무릎이 붓고 아픈 상태다. 연골 마모가 좀더 진행됐고, 뼈가 가시처럼 뾰족해지고 주변 조직에 염증을 심하다.
이 단계에는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을 넣어 모니터를 보면서 시술하는 관절내시경 시술로 치료하는데, 너덜너덜해진 관절과 이물질을 정리하고 뾰족한 뼈 끝을 잘라낸다. 수술시간이 짧고, 절개 부위가 1㎝ 미만이어서 감염과 통증이 적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연골이 거의 손상되지 않았다면 미세골절술(천공술ㆍ뼈에 구멍을 내 출혈과 흉터를 만들어 아물 때 뼈와 연골이 재생된다) 등 연골재생수술을 시행한다. 연골이 많이 손상됐다면 자가연골배양이식술(자신의 정상 연골을 떼내 실험실에서 연골세포를 배양해 손상 부위에 심는다)로 치료한다.
염증이 크지 않고 다리가 많이 휜 40~50대 젊은 환자에게는 절골술(뼈를 잘라 일부를 떼내 바르게 잡아주고 금속판 등을 이용해 다시 붙인다)을 실시한다.
말기 관절염은 반월상연골이 거의 닳아 1주일에 3일 이상 잠을 자다 통증 때문에 깨고, 절뚝거리며 걷고, 다리가 대부분 O자형으로 휘어지거나, 평지 보행도 힘든 상태다. 연골이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X선 사진으로는 뼈와 뼈가 거의 붙은 것처럼 보인다.
이때는 특수 금속으로 만든 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 성형술(관절 치환술, 인공 관절술, 관절 성형술로도 불린다)이 필요하다. 인공관절 성형술이라고 하면 관절 전체를 바꾸어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관절을 이루는 뼈와 연골 일부(약 8㎜ 정도)만 잘라내고 금속과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인공관절을 뼈에 고정하는 것이다.
요즘엔 수술 절개부위가 8~10㎝에 불과한 최소절개술이 나와 출혈이나 통증, 흉터, 감염 등의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 수술한 뒤 4시간 만에 걸어다닐 수 있고 관절이 굽는 각도도 30% 정도 높아,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강서제일병원 송상호 원장은 “인공관절 수명이 기존의 2배인 20~30년으로 늘어난 세라믹형 인공관절은 60대 이하 환자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 한방에서는 탕약으로 치료
일반 의학에서 무릎 관절염 치료를 인공관절 성형술 등 외과적 요법에 주로 의존하는 반면, 한의학에서는 관절에서 일어나는 대사기능을 정상화하는 내과적 요법을 쓴다. 관절염을 치료하는 대표적 한의학 이론이 ‘동기상구(同氣相求)’다. 같은 부위나 성질은 상호 보완작용한다는 이론이다. 이에 근거해 관절염 치료에 같은 성질인 교원질을 이용한다.
교원질로 이뤄진 관절염 치료 한약은 ‘교제(膠劑)’다. 교제는 뼈와 관절에 좋은 녹각, 구판, 별갑, 우슬 등 동물성 한약재를 3일 이상 끓여 뼈ㆍ관절 구성 성분인 교원질을 추출해서 만든다.
교제는 손상된 관절 조직을 회복시키고 주위 조직에 영양을 공급해 통증과 염증을 없애며 인대도 튼튼하게 한다. 교제는 관절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초ㆍ중기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1개월 정도 복용하면 통증이 개선되고 3개월 정도면 다리에 힘이 붙고, 골다공증까지 개선되며 피부도 좋아졌다.
튼튼마디한의원 정현석 원장은 “올 5~10월 우리 한의원을 찾은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 862명을 대상으로 교제로 치료한 뒤 설문 조사한 결과, 초기 환자(114명)는 1개월 치료 후 88%, 중기 환자(243명)는 3개월 치료 후 83%, 말기 환자(186명)는 4개월 치료 후 84%가 통증이 거의 없어지거나 완전히 사라졌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관절염이 초기라면 교원질이 풍부한 곰탕, 뼈째 먹는 생선, 홍어 등을 꾸준히 먹어도 효과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조우신 교수, 삼성서울병원 서재곤 교수>도움말=서울아산병원>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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