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욱 글ㆍ조원형 그림 / 문학동네 발행ㆍ128쪽ㆍ8,500원
가족 위기의 시대다. 이혼율의 상승, 맞벌이의 증가 같은 경제ㆍ사회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 간의 소통과 사랑의 가치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박선옥의 동화집 <내동생 삐옥이> 에 실린 6편의 작품은 가족사랑의 가치를 나지막이 웅변한다. 내동생>
‘약손’은 가족사랑의 큰 기둥이 되는 손주에 대한 할머니의 속 깊은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습관성 어깨 탈구에 시달리는 주인공 수빈. 팔다리가 불편한 할머니지만 늘 이빨이 빠져 흐물한 목소리로 “나무광세응보상” 이라며 수빈의 완쾌를 기원한다. 그러나 수빈은 식사 때마다 자신에게 기어와 “망나냥?”이라며 할머니가 물어올 때마다 얼굴이 찡그려진다.
수빈은 이윽고 몸이 불편해져 시골로 내려간 할머니의 부음을 듣게 되는데…. 할머니가 “수의 입기 전 죽은 사람 손으로 산 사람 아픈 데 쓸어주면 낫는다고, 수의 입기전 꼬옥 수빈이 어깨를 주물러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말을 듣자 울음을 터뜨린다.
표제작 ‘내동생 삐옥이’의 삐옥이는 자연부화가 되지 못해 할머니의 전기요에서 태어난 병아리다.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뒤 정신이 나가 요양원에 간 아버지와 일을 하러 간 어머니를 둔 주인공 병옥은 삐옥이를 동생 삼으라는 할머니의 주문에 괜한 부아가 나 병아리에게 발길질을 한다.
삐옥이를 발로 차 마당의 병아리 떼쪽으로 몰아버리자 무리를 이끌던 수탉이 날카로운 부리로 삐옥이를 무섭게 쫀다. 그러자 병옥은 수탉에게 “야 이놈아! 네 자식도 못 알아보냐?”고 소리지르며 삐옥이를 껴안은 채 눈물을 흘린다. 사진말고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자신의 신세와 삐옥이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어머니를 여읜 작가는 후기에서 “동화집을 준비하는 동안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눈감을 때까지 아픈 손자를 위하는 할머니 사랑으로, 삐옥이를 태어나게 하는 모성적 생명력으로… 단지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언제나 내 안에 살아계셨다”고 썼다. 초등학교 3,4학년용.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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