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많은 고민을 했는데, 후배와 경합하는 게 모양새가 영 좋지 않았다."
기업은행장 공모신청을 자진 철회하는 강수를 둔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은 참여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은 비운의 경제관료로 꼽힌다.
최근 수차례 경제부처 인사 때마다 갑자기 퇴진하거나 낙마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업은행장 공모 과정에서도 처음엔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청와대가 선호하는 윤 부위원장이 갑자기 응모하는 것을 보고 '감'을 잡았다는 것. 그는 이번 인선과정에서 경제부처의 인사 질서를 파괴하는 청와대의 '코드인사' 방식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가 인사 때마다 분루를 삼켜야 했던 것은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큰 원인은 연초 북핵 6자회담 재개의 최대 난제였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인출 제한 해제와 관련, 수출입은행을 활용하려는 청와대 및 통일부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면서 낙인이 찍혔다는 것.
그는 BDA 문제는 미국이 풀어야 하며, 수출입은행이 개입될 경우 국내 은행들의 대외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내부 비판도 그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를 계기로 4월 기업은행장 공모에서 사실상 배제됐으며, 이어 남북정상회담 직전 차관직에서 갑자기 물러난 것도 석연치 않았다. 강권석 행장의 타계로 공석이 된 이번 기업은행장 인선에서도 청와대의 괘씸죄에 걸려 도중하차해야 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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