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의 운명적 맞대결이 펼쳐진다. 링에 오른 두 주인공은 남중수 KT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사장이다. 승자에겐 미래 통신시장 주도권이 주어진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고 이에 맞서 KT가 지주회사전환 또는 KTF합병을 본격적으로 저울질함에 따라, 국내 통신시장은 KT와 SK텔레콤의 양자대결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두 통신공룡 기업의 수장은 고교 동기 동창이어서, 두 라이벌 CEO간 숙명적 경쟁도 향후 통신대전의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동기동창의 엇갈린 행보
남 사장과 김 사장은 나란히 경기고 74년 졸업생들이다. 문과인 남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로, 이과인 김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로 진학했다. 문ㆍ이과도 다르고 대학전공도 달라, 학창시절엔 별다른 교분이 없었지만 통신업계에 발을 디딘 후엔 상당한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 사장은 체신부장관 비서관을 거쳐 1982년 한국통신(현 KT) 출범멤버로 합류했다. KTF 사장을 거쳐 KT사장 연임까지 KT에서만 20년 이상 한 우물을 팠다. 치밀한 전략과 추진력, 타인을 끌어들이는 친화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비서실을 거쳐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등 IT와 무관한 경영지원을 주로 맡았다. 그가 통신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사업전략담당 이사로 옮긴 1995년. IT업계 경력은 10년 남짓이지만, 국내 최대이동통신사의 사장에 올랐을 만큼 '내공'이 깊다는 평가다.
상이한 전략
남 사장은 업계에서 내실형으로 꼽힌다. 그의 지론인 '모죽(母竹:5년 동안은 뿌리만 내리다가 그 뒤로 쑥쑥 크는 대나무)론'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길게 보고 오래 견디는 경영 스타일을 고집한다. 그는 2005년 사장으로 취임해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인터넷TV(IPTV) 등 KT의 성장을 위한 뿌리 내리기에 주력했다.
이를 토대로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KTF 합병과 지주회사 전환 등 과감한 경영구조 개편과, IPTV 와이브로 인터넷전화(VoIP)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향한 본격적인 외연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반면 김 사장은 좀더 공격적이란 평가다. 베트남(S폰)에 이어 지난해엔 미국(힐리오)에서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차이나유니콤의 2대 주주로 부상하는 등 해외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시장 뿐 아니라 사업분야도 다양화해 인터넷 검색서비스업체 엠파스를 인수했고,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DMB)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그리고 예상을 깨고 하나로텔레콤까지 인수, 유선통신에도 뛰어들며 KT와 통신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앞두고 있다. 또 온라인쇼핑몰, 영화배급 등 다양한 신규 사업도 진행한다.
같은 고민
결합상품, 기업인수합병(M&A), 휴대폰 보조금 폐지 등 급변하는 통신환경은 이미 '레드 오션'이 된지 오래다. 때문에 KT와 SK텔레콤의 경쟁은 사활을 건 전쟁이 될 수 밖에 없다.
남 사장은 6년째 '11조원의 벽'에 갇힌 KT 매출을 12조원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적자를 내는 유선전화에 대한 구조조정도 남 사장의 숙제다. 연임이 된 이상 한층 높아진 주주와 고객들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김 사장 역시 포화상태에 빠진 이동통신사업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KT와 워낙 현격하게 벌어져 있는 하나로텔레콤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서비스 개시 1년이 지나도록 가입자가 20만명에 불과한 힐리오 등 일부 미진한 해외 사업과 성장 정체에 접어든 이동통신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일도 김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부분이다.
■ 남중수 KT 사장은
1955년 서울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듀크대와 메사추세츠대에서 경영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신부장관 비서관, KT IMT사업추진본부장, 재무실장, KTF 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KT 사장을 맡고 있다. 내년에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사장에 내정됐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취미는 산책과 골프.
■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1954년 충남 부여생. 경기고,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비서실,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신세기통신 경영지원단장, SK텔레콤 전략기획 부문장을 거쳐 2004년부터 SK텔레콤 사장을 맡고 있다. 자녀는 1남1녀, 취미는 골프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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