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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싸움'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번에도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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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싸움'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번에도 예뻤다

입력
2007.12.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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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각도. 얼굴을 최대한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경추측만을 무릅쓰고 취하는 자세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이 자세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싸움> (감독 한지승)을 보고 나면 그런 사실을 알게 된다. 김태희라는 배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심지어 마스카라가 번져 눈에서 먹물이 쏟아져도, ‘어쩔 도리 없이’ 예쁘다.

그래서, 까칠한 하드보일드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 영화도, ‘어쩔 도리 없이’ 예쁜 팬시 상품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예뻐서 안타까운, 참 기묘한 영화다.

싸움의 양측 선수는 진아(김태희)와 상민(설경구). 상민은 욕조의 손톱만한 때 하나도 지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의 곤충학자고, 진아는 “도대체 뭘 미안해야 되는데?”라고 묻는 남자에게 “마지막 기회야. 사과해”라고 우겨대는 유리공예가다. 로맨틱 빅매치를 위해 꽤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세팅’이다.

“헤어질 거면 죽자”는 영화 초반의 유치찬란한 플래시백도, 성기지만 눈감아 줄 만한 프롤로그다. 하지만 인내심은 거기까지 지속된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은, 이혼한 두 사람이 ‘반쪽’이 떠난 각자의 공간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울린다. 그리고 시종 ‘인파이트’로 일관하는 싸움이 펼쳐진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진아는 쇠파이프와 달리는 자동차를 동원해 상민을 죽이려 든다. 질세라, 상민도 결정적인 순간에 진아의 발목을 잡는다. 분기탱천한 이야기를, 잔뜩 찡그린 두 배우의 얼굴로만 밀고 나간다. 그래서, 촘촘한 구성으로 엮은, 치고 빠지는 ‘아웃 복싱’의 경쾌함이 없다. 표정은 사나운데 주먹맛은 싱거운, 그런 아이들 싸움 같다.

갈등이 극에 달한 마지막 라운드. 영화는 증오가 사랑으로 바뀌는 ‘아름다운(?)’ 클리셰의 진부함을 답습한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진행되던 영화가 그렇게 끝나는데도, 어떠한 해소감도 찾을 수 없다. 고조와 폭발과 진화의 사이클 대신, 눈에 힘을 잔뜩 준 김태희 특유의 ‘예쁜’ 얼굴에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랑하던 남녀의 감정이 고조되고 갈등을 빚고 증오가 싹터 폭발하는 그 모든 과정을, 과감히 생략해 버렸다. 그래서 한 판 제대로 붙는 ‘싸움질’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허공에 내지르는 발길질처럼 맥없는 동작만 보여준다.

김태희는 이번 영화에서 작정하고 망가지길 시도한 듯하나 그녀는 망가지지 않았다. 캐릭터의 외양이 아니라 캐릭터의 존재를 오롯이 담기에, 김태희는 아직 마땅한 배우가 아닌 듯하다.

그래서 그렇게 험악한 액션 중에도 ‘예뻐’ 보이는 것이다.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핸드폰이, 그녀의 모습을 광고 속 이미지에 가둬두는 것이거나.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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