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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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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07.12.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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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우스키 / 바다출판사주류에 대한 철저한 조롱, 냉소의 '빈민굴 계관시인'

찰스 부코우스키(1920~1994)의 소설 <팩토텀> 이 얼마 전에 번역된 것을 보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2000년에 번역됐던 그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부코우스키는 현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아웃사이더 작가’ 혹은 ‘빈민굴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는 시인ㆍ소설가다.

자신의 소설 주인공들처럼 술독에 빠져서, 요즘 식으로 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부랑자로 미국 전역을 방랑하며 살았던 그는 죽기 직전까지 50권이 넘는 시집과 소설집, 산문집 등을 냈다. 보수적인 미국 문단은 그를 이단아 취급했지만 <도둑 일기> 의 프랑스 작가 장 주네는 그를 ‘미국 최고의 시인’이라고 극찬했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는 부코우스키의 단편소설 20여편을 모은 책이다. 하나같이 주류 미국사회, 그리고 부 가족 명예 노동 등 자본주의적 가치에 대한 철저한 조롱과 냉소를 내용으로 한다. 베트남전의 참상, 암울한 하층노동자들의 생활, 종교에 대한 무시, 노동의 부정, 정치에 대한 경멸 등등. 음습하고 퇴폐적으로 보이지만 부코우스키의 기지 넘치는 촌철살인의 문장은 오히려 가식없는 순수함으로 독자를 흡인한다.

‘정치만큼 지저분한 것은 없다’에서 그는 말한다. “독자 여러분이 허락해준다면 앞으로도 나는 창녀들, 경마 술과 함께 세월을 보내련다. 그래서 맞이하게 되는 죽음은 자유니, 민주주의니 하는 단어들로 치장된 그 어떤 죽음보다도… 내가 볼 때는 성실한 것이다.”

부코우스키는 그렇게 자신의 삶까지 포함해서, 모든 기성의 질서와 권위를 바닥까지 부정했지만 그의 문장을 본받으려는 후배 작가들과 세계의 마니아 팬들에게는 더없이 친근한 저항의 아이콘이다. 그의 묘비명은 ‘Don’t Try’라고 한다. 우리말로 ‘괜히 애쓰지 마라’ 정도 될까.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는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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