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에서 기존의 양대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유력 후보들이 내년 4ㆍ9 총선을 겨냥한 정치행보를 본격화함에 따라 정치권에서 회자되는‘다당체제 20년 주기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당체제 20년 주기설’은 대통령 임기 5년(2008년 2월)과 국회의원 임기 4년(5월)이 만나는 20년마다 대선 때 다자구도가 형성되고 곧 이은 총선에서도 다당체제가 굳어진다는 것이다.
대선 후 총선이 곧바로 치러지는 데서 오는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인데, 실제로 20년 전인 1987년 대선은 ‘1노(노태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다자구도로 치러졌고, 88년 총선에서 4당 체제가 형성돼 90년 민자당으로의 3당 합당 때까지 계속됐다.
이번 대선도 내년 총선의 영향으로 구심력이 떨어져 다자구도로 진행된다는 점은 비슷하다. 최근 이회창 후보는 보수진영 단일화를 위해 후보를 사퇴하라는 한나라당 요구를 거부하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대선 후 총선 공천문제가 불거져 한나라당 내부가 흔들리면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을 끌어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이 후보가 영남을 대표하는 박 전 대표 세력과 손잡으면 파괴력있는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범여권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합당 논의가 무산되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마저 물 건너간 것도 내년 4월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 양당이 합치지만 총선용 티켓은 각 지역마다 한 장 밖에 없는,‘1+1=1’의 구조이기 때문에 이해다툼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총선 이후 실제 다당체제가 형성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총선 때문에 대선이 현재의 다자구도로 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바로 다당제로 가는 것은 아니다”며 “87년의 경우 1노3김의 지역적 패권이 가능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회창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은 기존의 한나라당, 충청을 기반으로 한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영남세력, 범여권 진영들 등 3~4개 세력이 팽팽한 접전을 펼 것”고 전망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