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BBK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대선을 목전에 둔 정치권이 BBK 의혹과 논란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데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대체로 “불쾌하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결과의 세부 내용과 증거 등은 안중에 두지도 않은 채 자신들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수사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한 국가를 이끌어 가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정치적 음모론까지 끌어들여 검찰의 권위를 깍아내리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우선 정치권이 탄핵소추권을 남용할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불복 절차를 준수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일반 개인이라면 검사를 탄핵할 수도 없고 하겠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수사검사 탄핵은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창우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은 “BBK 사건은 정치적 해법보다는 법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진행된 사건”이라며 “이 후보의 무혐의 처리를 수긍하지 못한다면 항고, 재항고, 헌법소원 등 불복 절차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 만큼 검사 탄핵이라는 극단적 방법은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정치적 사건이었던 만큼 정치적 논란 자체는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이 매일 밤샘 수사를 했다지만 대선 후보 관련 의혹 사건이었던 만큼 어떤 결과가 나왔든지간에 정치적 파장 및 논란은 예고됐다”며 “다만 수사검사 탄핵소추 등과 같은 ‘판깨기’식 대응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할 말은 많지만 최대한 자제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앞장서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권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사결과는 말단 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한 사람의 반대 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내놓은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사건을 처리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수사팀 관계자도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수사결과를 확인하고도 덮었다면 진작 내부에서부터 반대 의견이나 양심선언이 나왔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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