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자동차보험 사기, 높아져가는 사고발생률에 비명을 지르는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가입 권유를 가장 꺼리는 고객은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무사고 운전자들이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에 '자동차보험 사기급증 → 보험료 인상 →무사고 운전자 주(主) 타깃'이 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손보사들은 내년에 보험료가 최고 60% 할인되는 무사고 운전 기간을 현재 8년에서 9년으로 늘리기로 한데 이어, 향후 최장 12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4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부터는 3~5%포인트 가량 보험료 할인혜택이 집중적으로 축소된다.
추세를 보면 일부러 사고를 내라고 부추기는 방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무사고 운전자들은 보험료는 적게 내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는 똑같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와 전쟁에서 밀리면서, 국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실제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2001년 2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1조65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자동차 보험사기는 적발된 것만 97년 1,951건에서 지난해 3만4,567건으로 늘었다.
자동차 사고로 다쳐 보험사로부터 치료비를 받은 사람 중 70%는 사고 직후 보험료를 받기 전에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본은 그 비율이 10%대에 불과하다. 더구나 사고 피해자 중 90% 이상이 경상(輕傷)환자였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지난해 총 2,490억원에 이르러 일반적인 보험사고 발생양태를 왜곡시킬 수 있는 규모까지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손보사들이 이에 대한 피해액을 상당부분 무사고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올리는 방향으로 메우고 있다. 손보사들은 이를 '고육지책'으로 평가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사고발생률과 보험사기 급증은 업계가 자체적으로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정부차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
손보업계는 교통법규위반 사면방식의 개선과 주요사고의 경찰신고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02년과 2005년 교통법규위반자에 대한 시혜적인 사면이 있은 직후 손보업계는 그해 사고율이 약 8~10%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음주운전을 비롯해, 과속, 정지신호무시, 위험한 추월 등은 사면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본의 경우는 보험처리를 할 때 경찰서의 '교통사고 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해 거의 모든 사고가 경찰에 신고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데 현재의 제도로는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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