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유흥주점 업주로부터 경찰관 인사 청탁과 함께 수 천만원을 받은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조광한(49)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갖가지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와 한국가스공사 감사로 재직하던 2005년 강남 모 호텔 K주점 사장 김모 씨로부터 3차례 2,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조씨가 11일 미국으로 떠난 다음날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게다가 김 사장이 조 전 비서관에게 인사 청탁을 부탁한 경찰관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 당시 관련 첩보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경찰 고위층의 압력으로 수사를 중단했던 오모 경위여서 “이택순 경찰청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오 경위에 대한 표적 수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점 비밀장부 '판도라 상자'되나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주 K주점을 압수수색 해 탈세, 성매매 등 각종 불법 행위 혐의가 있는 이 주점을 비호한 것으로 보이는 경찰서, 세무서, 소방서, 구청 공무원 수 십명의 이름과 김 사장이 그들에게 건넨 돈의 액수가 적혀 있는 비밀장부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후 소환 조사한 주점 사장 김씨로부터 “2005년 6월께 평소 알고 지내던 오 경위의 승진을 신경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조 전 비서관에게 2,000만원을 수표로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10일 조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했다. 비밀장부에 조 전 비서관 이름은 없었다. 조 전 비서관은 경찰 조사에서 “돈을 받긴 했지만 인사 청탁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기업 감사로 재직하면서 술집 업주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사이 조 전 비서관은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11일 오후 7시48분 대한항공 KE 085편으로 뉴욕으로 떠났다. 경찰은 12일 조 전 비서관을 재소환하는 과정에서 출국 사실을 파악, 허겁지겁 출국금지 조치했다. 사실상 경찰이 조씨의 출국을 방조한 셈이다. 허영범 특수수사과장은 “출국 사실이 경찰청 전산망에 뜨는 데 3일이 걸려 출국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靑비서관 출신보다 경찰관 비위 더 관심
그러나 경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초점은 오 경위와 해당 주점의 유착 관계지, 조 전 비서관의 금품수수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가 오 경위에 대한 표적 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강남 지역에 이 같은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 주점이 한두 곳이 아닌데도 경찰이 다른 주점들은 내버려 둔 채 굳이 K주점을 이 잡듯 뒤졌던 사실은 수사배경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인사도 “경찰이 다른 것은 묻지도 않고 오 경위의 승진 인사에 관여 했는지에 대해서만 물었고 그런 적 없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 경위의 비위 첩보를 오래 전부터 찾아 왔고, K주점이 오 경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듣고 압수수색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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