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화장품 돌풍을 일으키며 업계 3위로 뛰어오른 더페이스샵의 성공신화는 무에서 창조된 것은 아니다. 더페이스샵의 뿌리가 그만큼 깊고 튼튼하다는 얘기다. 오늘날 더페이스샵의 모태가 된 화장품 브랜드는 '쿠지'다.
㈜쿠지인터내셔널은 품질로만 승부를 걸어 인정을 받아온 기업이다. 정운호 더페이스샵 회장이 1998년 쿠지를 만들었고, 서울 등촌동 쿠지 본사 사무실에서 2003년 더페이스샵을 탄생시켰다.
그간 호흡을 고르던 쿠지가 1년 전부터 다시 시장 공략에 나섰다. 15일에는 연예인 정선희-안재환 부부와 제휴해 홈쇼핑을 통해 론칭하는 색조화장품 브랜드 세네린의 상품개발과 판매를 맡은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해 취임한 한영수(47) 쿠지인터내셔널 대표는 먼저 유통 경로부터 정비했다. 롯데백화점 잡화팀장, 관악점장을 거치며 쌓아온 해외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노하우와 특유의 저돌적인 추진력이 결합하면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장품 전문점 대신 올해 들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 20여 곳에 독립 부스로 입점하는데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연매출 150억원의 중견기업이 대형 할인점에 독립 부스로 진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한 대표는 "마트 내 화장품 시장은 30% 가량 고성장할 전망"이라며 "쿠지 매출에서 대형 할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까지 높아졌으며 앞으로도 마트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명품 브랜드를 지향하는 쿠지의 품질은 타자가 공인한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아 브랜드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쿠지, 까리엔, 라클레마, 플라워톡스 등 쿠지인터내셔널 브랜드의 300여종 화장품은 하나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포장부터 모든 게 제각각이다. 올해 들어 마케팅 조직을 정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표는 "화장품 전문점이 주요 판매 루트일 때는 영업이 핵심일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마케팅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하고 대중에게 좀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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