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초라도 같은 내용을 여러 라디오 방송이 동시에 송출하기는 민방위 방송을 빼고는 처음일걸요.”
공중파 3사를 비롯해 CBS(기독교방송), EBS(교육방송), TBS(교통방송), PBC(평화방송), WBS(원음방송), 국악FM 등 9개 라디오 방송 PD들이 공동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각 방송사의 PD 9명이 함께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24일 오전9시부터 오후8시까지 진행되는 ‘라디오는 나눔입니다’라는 주제의 기부문화 정착 캠페인에 삽입될 짧은 다큐멘터리.
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최초로 여러 방송사가 함께 만들고 같은 시간에 방송하기 때문이다. 점차 옅어지는 라디오 매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벤트의 성격도 있다. 프로그램 기획회의를 위해 12일 문화방송 라디오국에 모인 KBS 신원섭, CBS 김세광, MBC 한재희 PD를 만났다.
“24일 오전 9시부터 약 5분 동안 9개 라디오 방송 16개 채널에서 라디오와 나눔을 연상시키는 똑같은 음악과 방송 멘트가 나갑니다.”
신 PD는 라디오 PD가 주축이 된 디지털 라디오 추진위원회가 9월 ‘공동제작, 동시방송’ 이벤트를 추진했지만 이왕이면 따뜻한 이웃사랑을 연계할 수 있도록 연말로 미루었다고 말했다. 한 PD는 “라디오는 영상매체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시각장애인 등에겐 가장 친근한 벗이며, 어떤 이에겐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서민적인 매체”라며 “짧은 5분이지만 기술적으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방송 편성 실정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PD들의 공동기획은 5분 짜리 프로그램에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시간이 서로 약간씩 다르지만 명사들이 얘기하는 ‘내 생애 가장 따뜻한 손길’이 이날 한시간에 한 차례씩 9개 방송 모두에서 소개되며 오후7시30분 무렵에는 기부를 주제로 한 10분짜리 다큐멘터리가 각 방송의 전파를 탄다.
나머지 시간의 프로그램은 방송사 재량에 따라 기부문화 확산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제작되며 유명 라디오 DJ들이 기부한 애장품을 경매 사이트 옥션을 통해 판매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수익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거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진다.
김 PD는 “2000년 이후 라디오 청취 시간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광고물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라디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이번 공동기획을 시작으로 라디오의 생존을 위해 각 사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살아 남는 연합작전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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