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결과 전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응시자들의 비율이 지난 2차례 모의 수능에 비해 큰 폭으로 준 것으로 나타나 상위권 학생들의 ‘소신 지원’ 경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상위권 변별력 1등 공신은 수리 '가'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등 3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최상위권 학생은 전체의 0.68%인 3,747명이다. 응시자 수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6월(1.1%)과 9월(0.98%) 모의 수능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수치다. 이는 전반적으로 각 영역별 1등급 비율이 0.14~0.38% 포인트 정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리 ‘가’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리 ‘가’형은 쉽게 출제돼 당초 변별력 실패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뚜껑을 연 결과 1등급 비율이 적정 분포(4.16%)를 보였으며, 9월 모의 수능(6.17%) 결과와 비교해도 감소폭이 오히려 컸다. 변별력 기능을 톡톡히 발휘한 것이다.
또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탐구(사탐 기준) 4개 영역을 조합해 산출한 1등급 비율도 전체의 0.08%(454명)에 불과해 정시 모집에서 이들 영역을 모두 반영하는 주요 대학들의 변별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은 '소신지원', 중상위권은 '눈치지원'
주요 대학들은 정시모집에서 ‘3+1’형태의 수능 반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는 탐구영역 4과목 성적을 모두 반영하고, 연세대 고려대 등도 3과목을 평가 자료로 활용한다. 영역별 반영비율이 달라 조합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수능 등급간 점수 차이다.
관건은 역시 수리 영역이다. 서울대가 부여한 수리영역의 1, 2등급간 점수 격차는 5점으로 언어ㆍ외국어(4점) 영역보다 높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각각 8점, 4점의 차이를 둬 타 영역을 압도했다. 이날 영역별 등급 구분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입시 전문가 대부분은 수리 ‘가’형의 구분점수를 98점으로 예측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2점짜리 문제를 틀리는 경우는 극소수이므로 1등급 만점자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리 영역이 변별력을 확보함에 따라 전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비율이 줄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법대나 의대에 큰 고민 없이 소신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은 “채점 결과만 보면 난이도와 변별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여 최상위권의 경우 학교 및 학과 선택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연계 중ㆍ상위권 학생들의 지원 전략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수리 ‘가’형의 2등급 비율이 기준치(7%)를 넘는 분포(10.08%)를 보여 원서접수를 앞두고 눈치 작전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논술 등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는 “수리 ‘가’형의 2등급 비율이 기준치보다 3%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나 상위권 대학의 중ㆍ하위학과와 중ㆍ상위권 대학의 상위학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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