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암 극복할 수 있다] 3부 (3) 명의를 만나다(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암 극복할 수 있다] 3부 (3) 명의를 만나다(하)

입력
2007.12.10 05:17
0 0

■ "목숨 걸린 일… 의사·병원 치료실적 공개를"

“유방암 3기인데 치료를 잘하는 병원이 어디죠?” “자궁경부암이랍니다. 어떤 교수님을 찾아가야 살 수 있나요?”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궁금증이다.

실제로 병원에 따라 생존율이 차이가 커 병원과 주치의 선택은 생사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비슷한 규모의 대형병원이라고 해도 생존율에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런 경향은 말기에 가까울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1기에서는 최고 97.9%, 최저 89.9%로 8.0%밖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3기에서는 55.3%와 16.7%로 3배가 넘었다.

유방암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기에서는 5년 생존율 최고와 최저의 차이가 5.7%에 불과했지만 2기에서는 29.2%, 3기에서는 34.0%로 벌어졌다.

4기에서는 최고 46.1%, 최저 15.6%로 생존율 격차가 3배에 육박했다. 병원 규모별로는 10년간 치료건수가 500~1,000건 정도로 비교적 소규모인 병원들이 생존율이 가장 낮았다.

3,000건 이상의 대형병원들은 최고는 아니었지만 모두 중간 이상의 생존율을 보였다.

백남선 한국유방암학회 전 회장은 “학술대회를 통해 최신 치료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병원마다, 의사마다 치료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며 병원, 의사별로 생존율에서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문제는 환자가 병원별 의사별 치료성적의 차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재기자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암 관련 학회에 병원들의 실명을 문의했으나 해당 학회 관계자는 “병원에 심각한 타격을 줄 우려가 있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차를 살 때도 배기량, 연비 등 성능을 고려해야 하는데 목숨이 달린 일을 불확실한 소문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며 “환자 알 권리 차원에서 병원의 암 종류별 사망률, 생존율, 평균 치료비용, 의료사고 건수 등 치료성적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서도 치료성적 공개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암 전문의는 “환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의사별 진료실적과 의료사고 발생률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사는 “나이만 차면 경력과는 상관없이 모두 특진으로 간주하는 현 제도에서 환자가 선택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하면서 “믿을 만한 의사를 환자 본인의 손으로 선택했을 때 환자와 의사 간 진정한 신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치료성적 공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던 의료정보학회 관계자는 “의료소비자에게 병원과 의사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정부가 정보 공개로 피해를 볼 병원들의 반발을 예상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친절 명의들 "입장바꿔 생각해요"

환자들이 병원에서 겪는 불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선의 여지는 없을까. 물론 불친절한 의사에게 조금 더 무거운 책임이 지워지겠지만 의사를 무조건 적대시하는 환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양쪽 모두 조금씩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본보가 선정한 친절 명의 15명은 먼저 의사가 고객인 환자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태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는 “의사는 하루 종일 아픈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뇌하고, 해결해주는 것으로 밥을 얻어먹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전북대병원 외과 교수도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마음 또한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친절 당위론을 펼쳤다.

친절 명의들은 불친절한 의사들에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암에 걸려 고통을 겪는 꿈을 자주 꾼다는 이문희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보호자에게는 ‘환자가 제 부모(형제)라면 이렇게 치료하겠습니다’,

환자에게는 ‘제가 당신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본인 스스로 그 입장에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오성태 교수는 “한번쯤 환자나 보호자가 돼서 권위적인 의사에게 섭섭함을 당해봐야 한다”며 영화 (1991년작)를 빌려보라고 권했다.

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냉정한 의사가 후두암에 걸린 후 관료적인 병원에 몸을 맡기면서 환자의 처지를 몸소 체험하는 영화다.

그렇다면 친절 명의들도 고개를 젓는 환자들, 그들을 화나게 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친절 명의들은 ‘의사를 믿고 따르지 않는 환자나 보호자’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태영 화순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불안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갖가지 정보를 알아보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내가 알기에는 그게 아닌데’라며 귀를 막아버릴 때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박종섭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정통적인 의료행위보다 민간요법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환자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노성훈 신촌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라며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박종섭 교수는 “짜증이 나고 힘들겠지만 환자 스스로 본인이 불편한 사항을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표현해야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속설의 허와 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함께 식사해도 전염 위험 있나요?

▦ 식사를 같이 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옮는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안에서만 살지만 트림을 하거나 위장의 기능장애 등으로 위액이 식도와 입안으로 역류하면 입 안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찌개를 여러 사람이 숟가락으로 떠 먹거나, 유아에게 부모가 음식을 씹어서 먹이면 균을 옮길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특히 술잔 돌리기, 연인과의 키스 등으로 전염될 위험이 큽니다.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은 위염 위궤양 위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균이 있다고 해서 이들 질환이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반드시 치료해서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균을 없애는 치료를 남용할 경우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거나 약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균을 없앴다고 해도 다시 감염될 수 있으며, 재감염은 치료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다만 위, 십이지장에 궤양이 생겼을 때는 균을 없애는 치료를 동시에 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대한헬리코박터 연구회는 소화성 궤양, 조기 위암의 내시경적 절제술 후, 저위도 점막연관성림프종 등에 걸렸을 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없애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습니다.

문의 국가암정보센터(1577-8899)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