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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 지난달 삼성·IT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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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 지난달 삼성·IT주 노렸다

입력
2007.12.10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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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은 최근 무작정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산 종목을 따라서 매입하는 투자 행태를 맹비난했다. 자신의 투자원칙이나 스타일을 무시하고 부화뇌동하는 행태는 ‘묻지마 투자’와 다름없다는 지적이었다.

증시에서 ‘기관 따라하기’는 개인들이 손해 보지 비결 중의 하나다. 특히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종목에 대해서는 지분 변동이 있을 때마다 다음달 초에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늦어도 한 달 뒤면 큰손인 기관이 뭘 사고 팔았는지 금세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맹목적인 따라하기는 문제지만, 자신의 투자원칙에 맞는 종목 중에서 기관이 사는 이유를 곰곰이 따진 뒤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11월 자산운용사들은 무슨 종목을 어떤 이유로 사고 팔았는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투신 한국투신 등 국내 3대 자산운용사가 이 달 초 공시한 5% 지분 보유 종목들의 지분 변동률을 통해 알아보자.

우선 자산운용사들은 삼성그룹주와 IT(정보기술)주에 러브콜을 보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제일모직(0.9%) 삼성물산(1%) 삼성증권(1.2%) 지분율을 늘렸고, 한국투신은 삼성정밀화학(0.1%) 에스원(1%) 제일기획(0.2%) 호텔신라(0.1%)를 사들였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이 삼성그룹주를 집중 매수한 데는 김용철 변호사의 비리의혹 제기로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미래에셋이 LG전자(1.8%) 소디프신소재(1.6%) 서울반도체(0.2%)의 지분을 늘린 것을 비롯해 삼성투신운용은 LCD관련 업체인 파이컴(5.5)과 에이스디지텍(5%)을, 한국투신운용은 휴대폰 판매가 급증하면 수혜를 받을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인탑스(5.3%)를 새로 편입했다.

특히 LG전자는 LG필립스LCD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고, 소디프신소재와 파이컴 에이스디지텍 등은 LCD 장비업체라는 점에서 자산운용사가 LCD 관련주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의 경우 LG화학 LG전자 LG생명과학 LG생활건강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LG그룹주들을 쓸어 모았다. 또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미국의 전선 교체 수요와 신흥시장의 수요가 예상되는 전선업체 지분을 늘린 것도 눈에 띈다. 대한전선은 명지건설을 인수하는 등 지주사 전환에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도 지분 확대의 이유로 보인다.

삼성투신은 코스닥 업체 사냥에 나섰다. 지분 보유 공시를 한 10개 종목 중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종목이 무려 8개에 달한다. 이는 삼성투신이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산운용 규모가 작아서 인 듯하다. 이밖에 한국투신은 5개 매입 종목 중 삼성그룹주가 4개나 됐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기관의 눈으로 회사의 성장성과 가치를 따져 본다면 기관 따라하기도 괜찮은 투자법”이라며 “하지만 과도하게 지분이 많은 종목들은 언제 차익매물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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