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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인재유출 둔감한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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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인재유출 둔감한 한국사회

입력
2007.12.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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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등학교 두 곳이 미국 이외의 학교로는 유일하게 미 명문대 진학률 상위 40위권 안에 들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과연 이를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한 '쾌거'로만 마냥 기뻐할 수 있는 것이냐는 문제의식도 그 중 하나였다.

■ 미 명문대 직접 입학의 허실

한국의 현역 고교생들이 미국의 대학에, 그것도 세계적인 명문대에 대거 합격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누구나가 불만을 토로하는 우리의 모순투성이 입시제도와 광적인 입시풍토 속에서 시달려야 하는 수험생과 가족에게는 꿈같은 경사일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 입시에 직접 도전케 하는 학교측의 진취적인 모험정신도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사가 글로벌시대라는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변칙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재유출'의 또 다른 단면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보석의 원석과도 같은 우리 학생들이 선진국에 입도선매 당하는 것 같은 현 상황은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한국 사회에 앞으로 치명적인 곤란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우리 고교생들이 미국 명문대에 직접 입학하는 현실을 '인재유출'이라고 단언한 것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주위에서 선진국 명문대로 공부하러 간 사람들, 특히 이공계 유학생들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국내에서 활약하는 경우를 보기가 힘들다. 전체적으로도 대체로 비슷한 상황임이라고 느끼고 있다.

인재들이 돌아와 일할 수 있는 여건의 미비 등 복잡한 현실이 그들을 외국에 그대로 눌러앉게 만들었다. 그나마 국내 대학에 정착한 초창기 유학파 교수들은 인재를 육성ㆍ활용하는 시스템의 구축에 실패해 인재유출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연어처럼 모국에 회귀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무턱대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속사정이다.

국제적인 인재를 끌어들여 자국에서 활용하겠다는 선진국의 '인재 주저앉히기 공세'도 거세질 것이기 때문에 상황은 한층 어려질 것이다.

문제는 지금 세계가 인재의 확보 및 유출 문제를 국가경영적 화두로 떠올리는 시대로 급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탁월한 인재유치 전략으로 초강대국의 지위를 고수해 온 미국뿐만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추구하는 지구촌 각국들이 사활을 건 인재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서방 언론들은 "향후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인재확보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강조하는 등 각국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 세계는 지금 '인재확보 전쟁'

전통적으로 인재 유치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던 이웃 나라 일본도 최근 팔을 걷어붙였다. 사학 명문인 와세다(早稻田)대학은 지난 달 한국의 외국어고 등 우수 학교에 교원을 파견해 입시설명회를 갖는 등 학부 단계에서부터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창립 125주년을 맡은 이 대학은 최근 외국의 인재를 대폭 유치해 글로벌 대학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최고 대학인 도쿄(東京)대도 국제적인 두뇌를 유치하고 활용하기 위해 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자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연간 10억엔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각 대학에서는 해외 인재 유치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격랑 속에 던져진 우리의 인재들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이들을 '유출된 인재'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진짜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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