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떼씨 부! 데떼시 부!(서두르세요)”, “쁘레아 메종.(집에서 만들었어요)”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청룡어린이 놀이터. 연말을 맞아 작지만 훈훈한 이색적인 장터가 열렸다. 좌판엔 프랑스 전통 치즈, 소시지, 빵, 쨈, 데운 와인, 책, 장난감 등 다양한 상품이 선보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의 손님이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이 장터는 프랑스마을로 유명한 서래마을의 프랑스인들이 독거노인과 저소득 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장터는 ‘나눔의 정’으로 가득했다.
이태원에서 14년째 프랑스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벤자민 주와노(39)씨는 “프랑스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장터에 나왔는데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아 준비해온 볶음밥이 오전에 동 나버렸다”며 활짝 웃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인을 돕는다는 소식을 듣고 여자친구와 찾았다는 대학생 김보길씨는 “고교 때 배운 프랑스어를 써보고 다양한 음식과 프랑스의 전통장터를 경험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인근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 카르노씨는 추운 날씨에 빨개진 손으로 연신 샌드위치를 구워내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많은 한국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살았는데, 이제는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나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외대서 불문과 이브 밀레(40) 교수도 장터에 서점을 차렸다. 그는 “이 책들이 양국의 이해 관계 넓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과 프랑스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들에게 유용한 서적들만 엄선했다”고 말했다.
방송인 이다도시씨도 이날 가족과 함께 장터를 찾았고, 아들 서유진(11) 군은 이날 유창한 불어실력으로 목청을 높이며 손님을 끌었다. 이다도시씨는 “근처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이지만 불우한 이웃을 돕기 마련된 행사인 만큼 해마다 장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재외프랑스인협회(ADEF) 이현애(45) 부회장은 “올해로 크리스마스 전통장터는 7번째를 맞는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장을 찾아주는 사람이 늘고있고,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프랑스인들도 요즘엔 서로 좌판을 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장터의 인기를 전했다.
이날 장터에서 올린 수익금은 약 200만원. 협회는 이 돈으로 구정 때 한국 입국 예정인 파리 마임공연단의 공연에 맞춰 경로잔치를 열 예정이다.
서래마을은 한남동에 있던 서울프랑스학교가 1985년 반포4동으로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프랑스인 집단 거주지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 프랑스 기업 임직원 등 450여명의 프랑스인이 거주하고 있다.
글ㆍ사진=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